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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 어진 현자 지셴린이 들려주는 단비 같은 인생의 진리
지셴린 지음, 이선아 옮김 / 멜론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인생이라니, 제목부터 심심하다. 표지에 있는 인자한 듯, 조금은 천진한 듯 한 표정의 노인. 사실 노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가르침을 받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건 순전히 내가 겪은 노인들에 관한 편견 때문이다.
‘왜 사는가?’ 저자는 처음에 그 흔한 물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아, 진부하다. 아니 사실 사는 것 자체가 지긋지긋하다. 고 느끼고 있던 나날들이었다. 이런 뻔한 물음을 하다니 제목만큼이나 재미없다. 그러나 이상하다. 조근조근 말하고 있는 저자의 글에 문득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나는 왜 살고 있는가? 삶의 어려운 순간마다 나에게 물었을 그 물음에, 나를 더 살게 해주었던 그 물음을 지금 이 순간 되풀이하고 있다. 명백한 답을 할 수 없다. 완벽한 문장으로 말을 할 수가 없다. 저자의 말을 더 듣고 싶어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나보다 70년 전에 태어난 저자의 말들에, 더구나 타국에서 태어나 자란 저자의 말에 백퍼센트 집중할 수는 없었다. 그가 중국의 지성이라고 불리고 어마어마한 업적을 이룬 것은 이력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 앞에서 나는 그저 깃털같이 가볍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학자가 옳은 말을 한 들 듣는 사람이 공감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나는 나의 무식함도 가벼움도 인정한다. 그리고 그의 문장들의 반은 내 머릿속을 그저 걸어 들어왔다 나가버렸음을 인정한다. 고전과 명언들을 들먹이며 비유하는 그의 말을 다 소화해 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글들은 모든 인류에게 보여지는 것 이라기보다는 중국사람이라는 독자에 한정되어 쓰인 글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가 중국과 비슷한 유교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조금은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유교 그 자체에도 불만스런 부분이 많기에 들어오자마자 흘러나가는 문장이 많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읽으며 머리가 맑아지지도 인생철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만한 자극도 받지 못했다. 핑계를 대자면 젊은 사람들에게는 좀 공감되는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자 어린 내가 대청마루에서 조용조용하게 소소한 이야기를 해주는 할아버지에 대한 가상추억을 가진 것만 같아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100년 가까이 산 저자가, 상상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들을 겪고도 이렇게(아니 어쩌면 그렇기에) 평온한 글들을 쓸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마음이 느슨해지는 것 같았다. 나도 몇 십 년 뒤 노인이 되어서도 저렇게 평온하게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저자처럼 부지런히 열정을 가지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인생을 길게 보자는 생각에 여유가 생긴다. 뭐, 인생, 그거면 되지 않을까. 나답게 깃털처럼 가볍게 결론을 내본다. ‘90을 앞두고도 인생을 모르겠다’ 고 말하니 나는 오죽할까. ‘왜 사는가’라는 물음은 진부하게 들리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은 숙제라고 생각하고 답을 알 수 없지만 그 질문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명확하게 해주는 그 물음표들을 가슴에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