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의 파스타>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보통날의 파스타 - 이탈리아에서 훔쳐 온 진짜 파스타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요리하는 걸 싫어한다. 혼자 산지 거의 십년, 처음 나만의 부엌을 가졌을 때는 요리책도 몇 가지 구입하고 욕심내서 이것저것 시도했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이건 어떻게 하고 저건 어떻게 하지? 묻기도 많이 했다. 그러나 점점 나는 나에게 요리에 재능이 없음을 깨달았다. 더구나 혼자 한 요리를 혼자 먹는 건 지긋지긋하다. 그리고 재료 손질 후 버려진 음식쓰레기들을 보면, 그걸 치우고 있노라면 참, 구질구질해진다. 금방까지 먹었던 음식의 맛은 잊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돈을 더 열심히 벌어서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은 곳으로 가서 그저, 음식을 즐기기만을 바란다. 

  이 책을 보다가 요즘 하고 있는 <파스타>라는 드라마를 보게 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난 요리에 관심이 없다. 레시피가 어떤지 궁금하지 않다. 그냥 맛있으면 그만 아닌가! 그러나 드라마와 이 책을 오가며 나는 정말 파스타를 당장 해먹고 싶어진다. 잠들기 전에 책 속의 사진들을 보면 잠도 확 달아나 버린다. 대충 배를 채운 저녁 시간에 책을 보면 내가 금방 먹은 것들은 정말 오로지 배만 채우기 위한 것들임을 깨달아 슬퍼지기도 한다. 다음 날 친구와 파스타를 먹으러 갈 약속을 잡고야 만다.  
  책을 읽다 생각해보니 요리에 관한 에세이는 처음이다. 더구나 파스타를 위해 이탈리아 유학을 다녀온 사람의 책이라니, 허세가 잔뜩일 것만 같다. 책 제목이 ‘보통날의 파스타’이다. 왠지 포장하려는 듯 하다. 보통날의 파스타, 우리에게 흔한 비빔밤 앞에 보통이라는 건 붙이지 않는다. 그건 말하지 않아도 그대로 '보통'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보통날'이라는 단어를 붙여 파스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버린다. 파스타하나만 보고 유학까지 다녀왔으니 그에게는 당연한 제목이다. 특별하면서도 늘 함께 하는 것이 그에게는 파스타이다.

  이탈리아에서 진짜 현지의 것들을 몸으로 느끼고 돌아온 그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파스타의 선입견을 잡아주기도 한다. 그의 허세가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이탈리안 음식의 허세를 밝혀준다. 그리고 나는 드라마 <파스타>와 동시에 이 책을 보며 놀란다. 이 책에 나온 정보들이 드라마 속에서 속속들이 보여주는 게 아닌가. 그 중에 하나가 이탈리아에는 피클이 없다! 사실 나도 파스타를 먹으러 가면서 그 집의 피클맛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직접 담근 듯 한 피클을 내놓는 레스토랑을 선호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이탈리아에서는 피클을 찾아보기 힘들다니, 듣고나서 생각해보니 피클을 굳이 이탈리아 음식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스푼은 쓰지 않는다는 말, 저자가 말했듯 포크질이 서툰 어린아이가 보통 쓴다고 한다. 물론 포크를 주로 쓰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써도 흉이 될 건 없겠지만, 면을 다 먹고 수저로 소스까지 열심히 퍼먹었던 나인데 이탈리아에서는 소스의 양도 면과 함께 포크로 딱 먹을 정도라고 한다. 그 외에도 카르보나라에 관한 진실 등 우리나라에 들어와 변형된 요리와 형태를 보면 왠지 우리나라 배추김치가 어디선가는 양배추김치가 되고 비빔밥을 어떤 외국인은 나물을 하나씩 따로 먹는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각각 그 나라에 맞춰서 음식이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요리뿐만 아니라 이탈리아라는 나라에 대한 유혹도 강해진다. 저자가 잠깐씩 말해주는 이탈리아인의 특성과 그 나라의 분위기들, 작가가 만난 이탈리아인들, 그가 언급했던 파스타의 고장들을 따라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것도 즐거울 듯하다.  

  마지막으로 그가 만든 요리사 자질에 대한 테스트를 하고 책을 덮는다. 역시나 나는 무사태평형! 다시 한번 확고하게 생각하지만 나는 그냥 남이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하다. 내가 계속 요리를 한다면 분명 음식자체를 싫어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나도 한번은 꼭 시도해보고 싶은 파스타가 생겼다.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을 그토록 애타게 만들었던, 저자가 모두의 파스타라고 말 한 ‘알리오 올리오’ !스파게티면과 올리브 오일, 마늘만 있으면 된다니! 그가 알려준 여러 레시피 중에 유일하게 체크해 놓은 것이다. 무조건 간단한 재료가 제일 마음에 든다. 하지만 이것도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수십번 실패를 해야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다면, 그냥 레스토랑에 가서 알리오 올리오만 외친 채 친구와 수다를 떨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나는 친구에게 왜 이것을 꼭 주문해야 하는지 이야기 하기 위해 이 책을 식탁 위에 풀어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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