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의 삼각형

다빈은 두 사람과 더불어 국문과 삼총사라 불리는 친구 중 하나였다. 물론 서윤과 은지만큼 막역한 사이는 아니지만. 서윤은 둘보다 셋일 때 즐겁다고 느꼈고, 은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빈은 세 사람 중 가장 너그럽고 독립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곧잘 은지와 서윤의 갈등을 중재해주곤 했다. 세 사람이 영화를 보고 차를 마신 뒤 헤어졌을 때, 은지와 서윤이 각기 다른 이유로 그날 일을 반추해보는 성격이라면, 다빈은 곧장 다른 일에 몰두하는 편이었다. 후회도 반성도 미련도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만족하는 아이. 성숙한 듯 천진하고 개인주의적인 듯 사교적인 친구가 다빈이었다. 자신의 꼭짓점이 두 사람보다는 좀 먼 곳에 놓여 있어, 세 사람의 관계가 어여쁜 정삼각형을 이루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다빈이 울적해하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호텔 니약 따, 김애란]


김승옥의 삼각형

아이란 우리들의 신이야. 인간적인 사랑이란 삼각형의 관계형식 속에서만 가능하다구 생각해. 한 꼭지점에는 남자, 또 한 꼭지점엔 여자 그리고 또 한 꼭지점엔 신이 있어야 하는 거야. 남자와 여자가 함께 바라보는 신이 있을 때 추잡한 거래관계를 벗어날 수 있는 거야. 신이 없는 두 꼭지점만의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란 이기적으로 무한히 탐욕스런 동물적인 사랑에 지나지 않아. 어느 한 편이 상대를 잡아먹고서야 끝나는 투쟁에 지나지 않아. 끝나도 괴로운 투쟁이지. 왜냐하면 상대를 잡아 먹어버렸으니 남은 건 고독한 자기란 말야. 신이 있으면 달라. 신에게는 남자도 여자도 다 있어줘야 한다는 걸 알고 남자와 여자는 진실로 평등하게 상대를 존중하게 되지. 서양 사람들에게는 그 신이 있지만 신이 없는 우리들에겐 자식이 그 신 노릇을 하는 거야. 물론 그 신이 불변하고 영원한 하나의 신이 아니라 변하고 일시적이고 수많은 신이기 때문에 우리가 만드는 삼각형은 불완전한 삼각형이고 너무나 많아서 충동하기 쉬운 다신교라고 해야 하겠지만 어쨌든 남자와 여자 사이에 추잡한 동물적 사랑이 아닌 숭고한 인간적 사랑을 최소한이나마 가능하게 해주는 거야.

[서울의 달빛 0章, 김승옥, 문학동네]


두 작가가 관계의 삼각형을 기술하는 게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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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5-08-10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권 다 읽어보고 싶네요.^^
편안한 저녁되세요~

boooo 2015-08-16 11:35   좋아요 0 | URL
두 권 다 재미있어요. ^^ 후애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치료탑 2015-08-12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진기행과의 비교라니. 독창적 해석에 감탄했습니다.

boooo 2015-08-16 11:35   좋아요 0 | URL
별 말씀을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