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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들어 주는 벤치 - 열네 명의 할머니, 한 개의 벤치, 오십만 명을 살린 마음 치유의 혁명
딕슨 치반다 지음, 주민아 옮김 / 판미동 / 2026년 9월
평점 :
🪑 『마음을 들어 주는 벤치』 딕슨 치반다 지음 | 주민아 옮김
마음이 아플 때 우리는 자꾸만 정답을 찾으려 한다. 어떤 치료를 받고, 어떤 약을 먹고, 무엇을 해야 나아질 수 있을지 고민한다. 물론 적절한 치료와 처방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혹은 그와 함께 필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풀어놓을 기회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우정 벤치’의 열네 명의 할머니들은 정신건강에 관한 대단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때로는 그럴듯한 답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자리가 먼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스토리텔링‘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마음은 수학 문제처럼 정확한 공식을 대입한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 누군가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혼자 곱씹어보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런 답도 찾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뒤엉켜 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기도 한다. 어쩌면 마음의 답이라는 건 애써 찾아내는 것보다 여러 시간을 지나며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짐바브웨의 정신과 의사 딕슨 치반다와 우정 벤치의 할머니들이 하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서 반드시 멋진 해답을 내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들어주고, 함께 생각하고, 기다리는 것. 단순해 보이지만 책을 읽을수록 오히려 이런 단순한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저마다의 슬픔 속에 홀로 앉아 있는 외딴 섬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서로 연결된 군도이며, 우리 안에는 서로를 위해, 그리고 이 지구를 위해 쓰일 날을 기다리는 수많은 보물이 잠들어 있다.” - 본문 중에서
책에서 특히 좋았던 문장이다. 힘들 때면 내 마음은 너무나 개인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설명해도 다른 사람은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고, 결국 혼자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우정 벤치에서는 누군가 자기 이야기를 꺼내고, 다른 누군가는 그 옆에 앉아 듣는다. 그렇게 혼자 품고 있던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와닿는다.
최근 들어 스스로 외딴 섬에 있는 것 같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꼭 마음이 아픈 사람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다. 내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내보이는 일이 어렵거나, 반대로 누군가의 마음을 어떻게 들어줘야 할지 몰랐던 사람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너무 좋은 책이었기에 적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이미 글이 충분히 길어졌기에 글을 줄인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