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 - 어느 알코올중독자의 회복을 향한 지적 여정
박미소 지음 / 반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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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에 관한 에세이 이다. 작가의 알코올 중독에 관한 이야기 지만 다른 중독들도 충분히 대입해서 고려해 볼 수 있었다. 나는 무엇에 대해 중독 증상이 있을까? 나는 중독에 취약한 편인가? 내 환경은 내 중독 증상에 대해 어떤 원인을 제공 했을까? 등등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나도 술을 좋아하는 편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친 했었고 배우자도 결국 술을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하였다. 작가와 달리 남편이 제일 친한 술친구 이다. 장단점이 있다. 남편과 술을 먹으니까 안전(?) 하긴 하지만 남편과 저녁 식사하는 상황이 늘 술 먹고 싶은 트리거가 된다. 아침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평소에는 소심한 성격인 지라 대인관계가 활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용감해 진다. 해야 할 말이 끊임없이 생각나고 뇌 활동도 무척 빠르게 진행된다. 행복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술 마시기 전에는 뭔지 모를 설레임 으로 두근거린다. 술은 타인에게 자신감 있게 말하기 위해서 마시는 것 같기도 하다. 곁에 타인이 없다면 술 마시는게 즐겁지 않다.


술 보다도 다른 중독에 관해 떠올렸다. 현재 나의 상황에 크게 만족하지 못하고 괴로운 생활에 대한 보상에 대한 욕구로 중독에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현재 상황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이 보상 욕구는 무엇보다 강렬하다. 중독을 인지하고 멈추려고 여러 번 시도 했지만 매번 실패하고 다시 돌아갔다. 나를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느낌을 오직 여기에서만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중독으로 나를 완전히 망칠 용기도 없다. 내 주변의 사람들을 나 없는 상황으로 내던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작가처럼 이 중독에 대해 인지하고 이 보상 욕구를 마냥 채우는 게 해결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려고 한다. 다른 곳에서 보상 욕구를 채우고 중독은 조금씩 개선해 나가고 싶다. 한번에 잘 되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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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바캉스 에디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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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에세이는 소설보다 더 잘 읽혀진다.

더 많이 공감되고 쉽게 이해된다.

소설 오디세이에 나오는 노바디와 섬바디의 차이에 대해 쉽게 설명해 주셨는데 너무 공감이 되어서 웃음이 나왔다.

특히 오디세이와 한국 중장년 남자(?)를 대입하면 너무 나도 비슷하다. 여행지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면 안달나는 그들. 나도 성별이 남자는 아니지만 그런 성향이 없는건 아니다. 여행지에서 다른 사람보다 좀 즐겁게 보이고 싶고 적응 잘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고 그 곳에서 타인에게 쓸모있고 싶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노바디로 지내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여행지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만큼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노바디로도 괜찮다.

문제는 노바디로 지내는 것에 대해 적응을 못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인다는 것이다. 내가 사회에서 지낼때는 'xx사' 인데 여행지에서 음식, 장소에 대한 적응도 어렵고 'xx사' 라는 직함만 떼어낸다면 그냥 아무 능력도 없는 평범한 사람임을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런 성향이 뚜렷이 보인다. ^^

다행히 나의 그런 모습, 타인의 그런 모습을 관찰하는 기간의 여행이라 괜찮았다.

내안의 그런 성향도 알 수 있었다.

사회에서는 나를 나타내는 여러가지 것들로 나를 꾸미고  다녔지만 여행지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현지의 돈도 내 수중에는 없고 내가 몰고 다니는 차도 없었다. 나를 꾸밀 만한 격식있는 옷차림도 그 곳에서는 불가능했다. 그냥 주어지는 대로 먹고 입고 무력한 나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시간과 공간을 고스란히 체험했다. 말하자면 노바디로서의 삶을 조금 이나마 느낄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상황에서의 순발력, 그 순간을 즐기는 자세와 감정만이 나를 규정할 수 있었다.

왜 그렇게 사람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을까? ^^ 나도 그렇고 모두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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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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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너무나도 혼란스러워서 내 몸하나 가누지 못하겠는데

주변에 돌봐야할 사람도 있고 평상시 같이 회사에서 일을 해야만 하는 현실이 얼마나 힘겨운가..

다들 실연을 하거나 애인과 싸워도 자신의 자존감을 지켜가며 일상을 씩씩하게 영위하고

더 나아가 상대방의 사과를 이끌어 내고 본인의 지위가 더 상승되는 듯한 결과를 이끌어내며 살고 있는거 같다.

이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은 없어.

이렇게 실연을 힘겨워 하는 사람 없을거야. 작은 말다툼에도 크게 상처를 받고 결국 견디지 못해 주변을 수습하는 건 나였다. 연애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결혼한지 20년이 다 되도록 세상에 나만 그렇게 힘겹게 견디는 줄 알고 살았다.

이 책의 올가를 만나는 순간 그녀의 심정을 그녀의 방황을 그녀의 멍때림과 아픔은 전부다 내 이야기 였다. 나와 같은 느낌을 갖는 사람이 있구나. 다른 사람들도 이토록 힘겹구나. 

그래서 그녀는 어떻게 이 과정을 견디는지 궁금해 하며 읽었다.

올가가 특별히 읽었던 안나카레리나 마지막 의식의 흐름에 관한 글을 나도 읽고 또 읽었던 장면이었다. 그래서 안나는 죽었지만 올가는? 어떻게 두 아이를 지켜내고 자신의 일상을 살아낼수 있었을까?

올가가 한다면 나도 가능할 것이다. 나도 그 비슷한 순간이 왔을 때 해낼수 있을 거야.

남편의 부재에 대해 담담해 지고 마침내 현실을 수용하게 될 것이다.

혼란의 시간이 지나고 결국에 담담해 지는 그 순간. 을 놓치지 않고 늘 그 낮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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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 자기 몫을 되찾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야망 에세이
김진아 지음 / 바다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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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파이를 당연히 구하고 있는 쪽으로 나를 규정했다.

나는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남편에게 특별히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지 않다고 자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당연히 다른 여성들(?)에 비해 파이를 열심히 구하고 있다. 는 확신.은 책을 읽고 나서는 어이없는 착각이 되었다.

 

'남자 중독'에 관해서 인상적으로 읽었다. 여성이 아무리 능력있어도 남성에게 또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특성을 당연히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것이 만일 없다면 여성이 아닐거라는 남성적인 시선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매력적인 여성이 되기 위해 많은 것을 투자했다. 그렇지 않았던 시간들을 보상받고 싶기도 했고 누군가에게 매력적이 되면 연쇄적으로 다른 사람에도 매력적으로 보일거라는 착각도 있었다. 물론 그런 기분을 즐기기도 했다. 기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에 의하면 매력적인 여성으로 보이는 것은 기분만 잠깐 좋을 뿐 세상의 권력과 자본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내가 예쁘게 보인다고 해서 나에게 더 중요한 일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부여된 많은 일들을 누가 해주는 것도 아니었다. 내 책임과 일은 고스란히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매력은 권력이 될수 없다. 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기도 했다. 누군가 나를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고 내 책임을 덜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당연히 도와주는 사람을 남자라고 규정한다면 나는 당연히 남자 중독이었다. 생각해보니 여성에게는 도움을 청한 적이 없었다.

 

그것과 별개로 이 세상에서 (다른 남자들처럼) 내 자본과 내 소유의 재산과 일을 늘려가는 노력을 또한 해야 한다. 나는 계속 그것을 남편에게 미뤄두고 제한된 범위만 생각하고 있었다. 나를 남편과 분리해서 생각해보니 나는 이 사회에서 재산도 자본도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늘리려 노력한 적도 없었다. 사회적으로 보면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그런 노력들은 남편에게 미뤄두고 다른 생각만 하고 있었다는 것이 약간 한심하게 느껴졌다.

만일 남편과 분리되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당장 살아야 할 집과 이동할때 쓰는 차와 약간의 목돈이 있던가?

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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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감정의 철학 - 타인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김희은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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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당하는 사람의 심정으로 도대체 차별 감정은 왜 드러내는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었다.

하지만 읽다보니 차별을 당하는 사람으로의 나의 입장은 사라지고 내 자신이 차별을 조장하는 쪽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기질이 예민하고 늘 성실하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노력한 만큼 다른 사람과는 차별되어서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크다고 한다. 

나아지려는 노력이 차별을 조장하는 마음과 공존한다니 그동안 생각지도 못한 사실이었다. 타인에게 좀더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많았지만 그 욕망은 나름 선한 욕망이라고 자부했었다. 타인에게 차별의 감정으로 고통받게 하는 감정일수도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었다.

과거 유대인을 학살했던 독일인들도  성실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대부분 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을 악이라고 규정하고 그들이 노력하는 사람처럼 되지 않으면 차별을 정당화 했다. 그 차별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

우리의 노력은 과연 공정하게 평가되고 있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노력해도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수도 있는데 목표에 도달한 사람의 그 성과가 과연 공정한 것일까? 노력에 의한 결과로 우리는 차별받아도 되는것일까?

하는 많은 물음들을 던져주는 책이다.

 

어쩌면 나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는 태도로 많은 차별들을 무의식중에 조장해 왔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타인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또 다른 차별로 나를 공격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보다 더 타인의 입장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나의 삶의 태도를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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