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 아름다운 섬 슬픈 역사
주완요 지음, 손준식 외 옮김 / 신구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대만 사람한테 중국사람이라고 하면, 무지 화낸대... 이런 말 들었을 땐 그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나뉘어 지내온 그 기간 때문인줄로만 알았었다. 오랜 옛날부터, 그러니까 우리의 삼국시대나 그 이전부터 한인들이 그땅에서 지냈던 줄로만 알았었다.(.. 라기 보담 아무 생각이 없었던가? -.-a)

그런데 한인이 대만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것은 고작 4백여전 전부터라고 한다. 그렇다고 대만 전체가 한인의 수중에 넘어간 지 4백년이라고 보는 것도 곤란하다. 새로 이주한 한인들은 해안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지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인들의 역사만 기억되는 것은, 문자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역사는 증거를 남기는 자의 편인데, 문자 기록이 가장 강하달까...

얼마 전에 히타이트에 관한 책을 대충 봤었는데, 천년을 땅속에 묻혀있던 그 문명이 자기 이름을 찾게 된 것은 문자로 된 기록을 남긴 공이 크더라. 발굴된 문자판만 아니었으면 그냥 다른 문명의 흔적이 더 발견된 것으로 묻어갈 뻔 했는데.

계산과 기록을 모르던 타이완 원주민들은 합리적으로(?) 땅을 어영부영 빼앗긴다. 그렇게 한족에게 야금야금 뺏겨가던 중 시모노세키 조약에 따라 대만 전체가 일본에 할양된다. 이 과정에서 대만 민중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는데, 여기서부터 나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민중이란 대만 원주민을 가리키는 것인가, 중국 대륙에서 이주한 한인을 말하는 것인가. 아무래도 원주민들은 그때까지도 국가 개념이 별로 없이 부락 단위로 지내는 것 같이 보이는데. 한인들에겐 그닥 저항 없이 슬금슬금 땅을 내준 그들이 일본군은 왜 피를 흘리며 막는 건지. 의병을 이끈 이들로 거론되는 이들은 원주민인가, 한인인가. 들어와 산 지 대충 300년 쯤 지났으면 한족과 원주민, 그리고 혼혈의 구분이 무의미한 건데 내가 고민하고 있나.

이런 생각에 대해 이 책에서는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1945년 8월 15일 전쟁이 끝났다. 대만인들은 일본이 항복했다는 것은 알았으나 광복이라는 새로운 명사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과연 그들은 자신이 패배했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승리했다고 여겼을까? 둘 다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런 애매모호한 심경은 후일 대만 본지인이 정체성에 혼란을 갖게 되는 것과 아마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사실 광복이란 단어는 완전히 한인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용어이다. 민족주의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인이 한인의 정권으로 되돌아왔으니 당연히 광복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토착민족에게 있어서도 광복이 진정 그 의미가 있었을까? (187쪽)

어느 쪽이든 저자가 더 걱정하는 것은 당시 일본을 두팔 벌려 환영하던 이들이 더 잘되는 것 같은, 그런 모습인 것 같다. 대만과 우리는 닮은 구석이 많다는 생각이 들며 다음 문장들이 눈을 붙든다.

남양의 속담 중에 "마땅히 머리를 숙이고 걸어야 할 놈이 고개를 쳐들고 활보할 때,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대만 사회의 기풍이 경박하게 된 데에는 과거를 쉽게 잊어버리면서도 부당한 방법으로 부귀를 차지한 자들을 도리어 선망하는 습관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다.(125쪽)

역사에 대해 느끼는 바가 없는 세대는 아마도 후손을 감동시킬 수 있는 역사를 창조해낼 수 없을 것이다. (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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