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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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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은 지난 해 읽은 책 중에 자발적 리뷰를 남긴 몇 안 되는 책이다. 재혼으로 가족이 된 형제의 이야기는 막연한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가지 않았다. 가족이 아님에도 가족으로 살았던, 끝내 하나가 되지 못한, 미움도 다툼도 없이 길었던 오해 끝에 실낱 같은 이해에 다다른, 어떤 계절에 관한 담담한 회상.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애틋함이 좋아서 성해나 작가의 새 소설집이 나온다는 소식에 기뻤다.

전작 같은 이야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던 나는 일곱 개의 단편을 읽어나가며 같은 작가의 작품이 맞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두고 온 여름>이 습기에 얼룩진 사진첩을 들여다보며 들려주는 이야기라면, <혼모노> 속 단편들은 르포물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아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세대 간의 갈등, 거울처럼 반영된 시대성… 이렇게 대담하고 서늘하다니… 어제 뉴스나 유튜브에서 본 것만 같은 이야기들이 소설의 옷을 입고 생생하게 펼쳐져 있다.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같으면서도 개인의 욕망과 윤리의식, 정치, 세대, 근대사 같은 굵직한 주제들이 소설 특유의 신선한 시선과 몰입감 있는 전개로 치닫고 있다.

“한국문학이 기다려 온 미래의 도착“(출판사 소개글),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박정민 배우), ”그것을 작가의 ‘신명’이라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이기호 소설가)ㅡ 추천의 글을 보며 끄덕거릴 수 밖에 없었다. 이토록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새로운 시선을, 정직한 태도를 무척이나 아끼고 쓰다듬어 주고 싶다.

+ 개인적으로 가장 서늘했던 작품은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현웃과 혼란으로 오래 머무르며 읽은 <스무드>, 애틋함으로 마무리 되어 다행(?)이라 여겼던 <메탈>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혼모노 #성해나 #가제본 #서평 #창비
#오후두시의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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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탈출 놀이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43
조리 존 지음, 피트 오즈월드 그림, 김경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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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달걀>의 새로운 이야기! <달걀 탈출 놀이>

알록달록한 달걀들이 신나게 뛰어가는 모습의 표지 그림에서부터 즐거움이 느껴집니다. 달걀 탈출 놀이라니, 어떤 놀이일지 궁금하고요.

마트가 쉬는 날 달걀들이 슬며시 달걀판에서 빠져나갑니다. “달걀 탈출 놀이하자!” 하면서요. 자유로운 표정과 몸짓으로 달려가는 달걀들 뒤로 달걀판에 혼자 남은 알톨이가 보입니다. 달걀판에 복작복작 모여 지내다 조용한 시간이 찾아오자 실컷 즐깁니다. 책을 읽고(‘알과 6펜스’에서 빵 터졌네요), 목욕을 하고, 마사지에 낮잠까지 잡니다. 혼자 느긋하게 쉬는 게 좋았는데, 분명 그랬는데, 친구들이 돌아오지 않자 불안해집니다. 그사이에 달걀들은 마트 곳곳에 숨었습니다.

불안한 알톨이는 결국 달걀판을 벗어나 친구들을 찾으러 갑니다. 마트 구석구석 숨어있던 알록달록 달걀 친구들을 찾아가는 알톨이. 책을 보는 우리들도 손가락으로 열심히 숨은 달걀 친구들을 찾아봅니다. 알톨이가 술래가 되어 숨어있는 달걀들을 찾지만 혼자 찾은 건 아닙니다. 먼저 들킨 달걀들은 실마리를 발견하고 알톨이와 함께 숨은 달걀을 찾아갑니다.

혼자만의 시간도 좋지만. 어울리고 함께 하며 신나게 뛰어노는 기쁨이 무엇인지 알콩이는 알게 되었습니다. 가끔 아이들이 혼자가 괜찮다고 말할 때는 어울리는게 힘들어서 일때도 있습니다. 조금만 용기를 가지고 한 발을 내딛으면 놀이 속으로 슝- 들어갈 때도 있고요. 아이들은 놀이를 좋아하고, 함께 놀기를 좋아하니까요.

알록달록 과일 채소 사이에 숨은 달걀을 찾으려고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달걀 탈출 놀이를 함께 했습니다. 다 찾았는지 달걀 수를 세는 재미도 있네요. 함께 하는 즐거움이 있는 책 <달걀 탈출 놀이>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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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쿠키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51
조리 존 지음, 피트 오즈월드 그림, 김경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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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연필을 들고 반짝반짝 두 눈을 빛내며 정면을 응시하는 똑똑한 쿠키가 있습니다. ‘달콤한 세상’이라는 제과점에 사는 쿠키입니다. 알록달록 달콤한 빵과 과자가 모여 사는 곳에서 쿠키의 지난날은 달콤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소심했던 쿠키가 똑똑한 쿠키로 자신감을 찾게 된 이야기, 함께 살펴볼까요?

쿠키는 생각 과자 학교에 다녔습니다. 문제만 보면 “아하!” 하고 소리치는 척척박사가 되고 싶었지만 발표, 시험, 수업… 어려운 것투성이였던 학교생활 속에서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셨습니다. 나를 잘 드러낼 수 있는 것 만들기. 성실한 쿠키는 요리도 하고 새집도 만들어보고 조각도 했지만 다 망쳐버렸습니다. 멍하게 창밖을 보다가 마구 흘러가는 것 같지만 제 갈 길을 가는 강물을 보고는 “아하!” 소리를 칩니다. 시를 쓰자. 시를 쓰고 또 쓰다가 완성하고는 또 “아하!”가 터져 나옵니다. 솔직한 마음을 담은 시를 쓰고 발표하며 친구들의 공감과 환호, 선생님의 칭찬과 격려를 마주합니다. 쿠키의 얼굴은 환하게 빛나고 이제 분명히 알게 됩니다. 뜻대로 되지 않아도,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아도, 저마다 잘하는 것이 다르고 시도해 나가며 배워가는 것이라는걸요.

소심하고 주눅 들어있던 쿠키가 자신감과 단단한 마음을 얻기까지의 이야기가 피트 오즈월드의 그림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몰입감 있게 진행됩니다(피트 오즈월드는 유명 만화의 영화 캐릭터 디자이너라고 하네요). ”아하!“ 하는 순간들이 하나둘씩 쌓이면서 자신감을 찾아가는 쿠키의 표정을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또한 쿠키 곁에서 너그럽게 기다려주고 칭찬과 응원을 아끼지 않은 비스코티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다정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으며 아이에게, 저에게 말해봅니다. “처음부터 멋지게 해낼 수는 없지. 뭐든 다 잘할 필요도 없고. 우리는 그저 여러 가지 일을 시도해 보면서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것을 좋아한느지 알아 가면 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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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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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고정순 에세이

고정순, 정진호. 두 그림책 작가가 일 년동안 24가지의 주제로 편지를 주고 받은 것을 모은 책이다(정진호 작가의 글은 <꿈의 근육>이라는 제목으로 따로 출간되었다).

달, 사랑, 초능력, 시작, 어린이, 자유, 커피, 위로, 여름, 음악, 고양이…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풀어낸 지난날과 오늘의 이야기 안에는 삶을 향한 사랑이 가득하다. 가족과 친구, 독자 등 주변 사람 뿐 아니라 비둘기 알과 고양이, 외로움과 시와 그림책의 세계와 지나온 불행에게도 어깨에 팔을 두르며 끌어안는다. ‘사랑’이라고 쓰지 않아도, 엉뚱한 농담과 주저하듯 꺼낸 어려운 고백 속에서도 우리는 사랑을 읽는다. ‘남부럽지 않을 만큼 블행을 겪’었지만, ‘무정한 하늘‘ 아래 ’오늘을 더듬더듬 살아‘ 여기까지 온 것은 생을 향한 사랑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그림책 한 권을 만들고 싶었고 한 인간의 몫을 살아 내고 싶었을 뿐인데, 나는 왜 북풍한설 속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궁금한 적이 있어요. 24시간 365일 내 몸을 떠나지 않는 통증과 그로 인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 나의 시간이 안타깝지만 이제는 보듬고 싶어요.
계속 그 안에 머무르기보다는 내가 경험한 고통을 말하고 쓰고 그리면서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어요.”
_<예비 비행을 마치고> 중

거칠고 험한 세월을 건너온 작가의 나직한 고백은 담아두었던 눈물을 쏟아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렵게 지나온 시간을 보듬고 나아가 오늘을 더듬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넨다. 때로는 장난스럽게, 때로는 진솔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들 앞에서 우리는 웃거나 울거나 고개를 끄덕거리게 될 것이다.

+ 최근에 빠른 호흡으로 똑똑 끊어지는 문장의 소설을 읽어서인지, 문장마다 가득한 은유와 비유에서 멈춰 다시 읽어야했다. 읽고 다시 읽으며 아, 느린 호흡으로 읽어 나가야하는 책이구나, 싶었다. 마주 앉아 귀 기울여 듣는 기분으로 작가님의 귀여운 삽화와 함께 꼭꼭 씹어 읽으시길.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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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한 V양 사건 초단편 그림소설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고정순 그림, 홍한별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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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속에서 혼자라고 느끼는 것만큼 쓸쓸한 일은 없다고들 말한다. 이런 주제가 소설에도 종종 나오는데 역력한 비애감을 담곤 한다.”

버니지아 울프는 주제를 선언하고 짧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런던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단언하지만 누구나 안다. 150년 전의 런던이든 2024년 현재의 한국 어디든, 아니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든지 일어나는 일임을.

어떤 이유에서인지 V양은 ’촘촘히 짜인 인간관계의 그물망에서 떨어져 나가고, 모두에게 영영 걸러지는 존재가 되고 만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 V양도 늘 함께 있지만 그들은 그림자나 가구 같은 존재일 뿐이다. 마주치면 살갑게 안부를 묻지만 그 이상은 없는 관계.

V양과 마주치면 인사를 나누는 ‘짧은 연극’을 해왔던 ‘나’는 더는 V양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언가’가 없어졌다. 불편한 마음이 불면으로까지 이어진 ’나‘는 그림자를 만나러 가기로 한다. 그림자를 만날 수 있나, 이 만남을 준비하는 것을 허황되게 생각하면서.

V양의 부재에 허전함을 느낀 ‘나’ 조차도 회색 그림자, 가구, 커튼, 벽에 걸린 그림, 무언가로 그녀를 칭한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에게 권리도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던 그 시대가 그랬듯이 V양은 이름도 불리지 않은 채 희미한 그림자로 거기 있거나 없다.

“지금 의자를 쳐서 바닥에 쓰러뜨려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러면 적어도 아래층 사람은 내가 살아있다는 걸 알겠지.”

소설 속 화자인 ’나‘는 군중 속에서 소외되고 무시받는 운명을 끔찍하게 여기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는 것도 의자를 쓰러뜨리는 것일까. 사람들 앞에서 웃으며 인사하지만 그 이상의 관계는 없는 생활. 런던처럼 발전된 도시가 아니라도 고립될 수 있다. 군중이 있어서, 군중이 없어서. 짧게든 길게든 소외와 고독을 느끼는 건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다.

고정순 작가의 그림에는 ‘역력한 비애감’이 잘 묻어난다. V양과 V양의 언니인 듯, V양과 나인 듯, 당신과 당신인 듯 쓸쓸하고 아름답다. 그림만으로도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고정순 작가의 그림 전시회에 초대된 것 같다. 게다가 작가의 짧은 소설 <이름이 되어>가 이어지며 이 땅에 발 붙인 이름 없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나무의 이름을 모르는 ’내‘가 모르는 여성 노동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얼굴을 떠올리는 이야기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속 비애감은 고정순 작가를 통해 삶의 고독을 끌어안는 농담처럼 다가왔다. 곰팡이 냄새와 화장품 냄새와 벚꽃 향이 나는 이야기가, 그림이 오래도록 책을 매만지게 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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