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현희와 자신의 사이에는 십몇 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아는 사이에도 모르는 사이에도 엮인 수많은 매듭이 있었다. 그중에는 작은 매듭도 있고 큰 매듭도 있을 거다.
그런 것들이 엮이고 엮여서 관계를 만들어 간다. 여태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무엇보다도 그게 좋았다. 앞으로 쌓아 갈 시간들이. 그 시간들 속에서 엮일 크고 작은 매듭들이 몹시 기다려졌다.
"허윤우, 너는 내 옆에, 내 그릇 안에 얌전히 담겨 있어."
어쩔 수 없다. 옹졸하고 작다는 저 그릇 안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그 작은 그릇보다도 훨씬 더 작고 작은 자신은 그릇 안에서 얼마든지 편안하게 헤엄칠 수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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