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이 있기 때문이었다. 고작해야 10분. 뇌에 신호를 보내는 스킬을 교란시켜 막는 약물로, 세현이 자신의 영웅들을 위해 만든,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감응교란 물약이었다.

대가 없이 주는 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법이다. 누구는 목숨 걸고 갔다 왔는데, 꿀꺽하면 그거야말로 도둑놈이고.

한편으로는 그곳에 두고 올 수밖에 없던 제논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졌다. 데려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제안했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감각이 눈을 감고도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질 정도였다. 긴 시간조차 아니었지만, 세현에겐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 모든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이 스킬이 생겨난 것이다.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세현은 잠시만 이 평온에 기대 모두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백도현이 가기 전에, 제가 떠나기 전에, 그리고 곽정한의 선택을 듣기 전에, 잠시만 이 시간에 멈춰 있기로 했다.

무수한 포탈이 있는 끝없는 곳. 바람조차 없고, 어떤 온도조차 느낄 수 없는 평온 그 자체의 세계였다.

주인을 잃은 시계는 결국 국고의 가장 깊은 곳에 묻혀 버렸다. 잊고 있었는데, 한 번 상기하자 다시 씁쓸한 감정이 밀려왔다.

시험해볼 생각이었다. 스킬이 특정 부위나 특정 사람에게 전이가 가능한지.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백도현은 이런 대공을 사랑으로 품어주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어쩌지 못해 방황하며 누군가 잡아주길, 이게 잘못된 길이라는 걸 알려주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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