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자신이 가장 두려웠던 순간에 한 남자가 체온을 머금은 나침반을 손에 쥐여 주었다.
어떤 사람들은 인간 세상의 밀입국자로 운명이 정해져 있다. 어쩌다 보니 시스템이 착오를 일으켜 이곳에 잘못 태어난 것이다.
"저는 죽지 못하고 고독하게 떠도는 넋일 뿐입니다. 이 너절한 목숨 하나, 그에게 준다 해도 뭐 그리 대단하겠습니까?"
[올바른 도리가 무너져야 어짊과 의로움이 나타나고, 큰 거짓이 있기에 지혜가 드러난다. 육친이 화목하지 않아야 효와 인자함이 싹트며, 국가가 혼란에 빠져야 충신이 나오는 법이다
돈은 아껴도 ‘정성’은 절대 아낄 수 없는 법.
이 손가락 한 마디 길이의 작은 파편이… 그가 남긴 유일한 것이다.
끝없이 드넓은 천지에 홀로 주저앉은 나그네처럼, 세상을 잠시 비추었다 스러진 혜성처럼[26] 어디로 돌아가야 할지 아득하기만 한.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자는 엉뚱하고 정이 많은 면모는 있으되 선한 마음은 이미 무너졌으니 이번 생에는 희망이 없다.
사람과 칼은 서로 의지하고 함께했다. 천진난만했던 시절부터 각자에게 잔잔한 파문이 일어날 때까지, 가까운 듯 먼 듯 거리를 지키다가 다시금 감정을 누르기 어려워질 때까지….
때문에 인간들의 슬픔과 기쁨, 헤어짐과 만남 같은 삶의 애환은 억지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보다가 깜박 조는 일이 없을 터였다. 어찌 시시한 꿈 따위가 이런 그에게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단 말인가?
그 사람은 분명 어떤 방향에 있고, 자신이 그 방향을 향하면 온몸에 주체할 수 없는 전율이 일며 가슴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다.
기억력이 몇 초밖에 안 되는 하등척추동물 주제에 대체 뭘 잘못 먹은 거지?
만일 전해지지 않은 고산인의 비밀이 고분 안에 있다면? 설령 없다고 하더라도, 이 복잡한 법진만이라도 조금 배울 수 있다면 수확이 적지 않을 터였다.
물속에 가라앉은 고요한 묘혈(墓穴, 무덤의 구덩이)은 새카맣고 가는 초승달 모양을 띠고 있어 마치 교활한 비웃음을 짓고 있는 듯 보이기도 했다.
지도를 따라 묘혈을 여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칼과 검의 환영이 그들을 덮치는 것이다.
그의 옆얼굴 윤곽이 선명해지는 찰나, 왕저는 불현듯 그가 화살처럼 스치는 세월 가운데의 석상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이 일은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어서 오로지 한 우물만 파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과거에 했던 여러 가지 일들은 공적으로 취급되지도 않을 뿐더러, 도리어 낱낱이 청산해야 할 허물로 돌아오게 된다.
요족 꼬마는 어떻게 진안의 위치를 알아낸 거지?
사흘만 떨어져 있어도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하는 인재라는 게 정말로 존재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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