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닥에서 경험치는 충분히 쌓았다고 자신했건만 이렇게 간담이 서늘해지는 존재는 처음 만났다. 상대의 얼굴을 똑똑히 보진 못했다. 하지만 그 나지막한 목소리를 생각하면 지금도 뼈 사이사이로 한기가 스며 나오는 듯했다.

사람이 늙어서 목숨만 근근이 이어가는 지경에 이르면 세 끼 밥을 먹기 위해 하루를 산다고 했다.

저녁까지 먹고 나면 하루의 중요한 일은 모두 마무리된다. 이리하여 생명이라는, 먼지가 잔뜩 앉은 담비털 갖옷에 개 꼬리털 하나가 보태지는 것이다.[12]

"이런 하찮은 칼이 내 몸에 닿았다면 너는 정말로 땅에 묻혀 평안을 얻었을 게다."

비석이 깨지면 안 된다. 비석이 깨지면 수화인은 ‘죽는다’.

폐하께서 비록 좋은 사람은 아닐지라도 무슨 일을 할 때는 반드시 목적이 있다. 할 일 없이 남에게 해를 끼치고 자신에게도 불리한 일을 하는 취미는 없었다.

빛 속에서, 마치 환각처럼 누군가가 슬픈 탄식을 흘리며 그와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 안에 대체 뭐가 갇혀 있는 걸까?

그가 외우는 한 구절 한 구절은 목이 칼날에 갈려 머금은 피를 토해내는 듯했다. 듣고 있자니 간담이 서늘해졌다.

분명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는데 그의 입술과 혀는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마치 몇백 번을 외웠던 것처럼, 놀랄만큼 긴 기원문이 토씨 하나 빠지지 않고 저절로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무리 들어도 귀에 익숙했던 남자의 목소리는, 바로 자신의 목소리였다!

그가 2초가량 멍하니 있다가 맨 처음 한 일은, 꿈 속의 기억이 사라져버리기 전에 얼른 수첩을 꺼내 자신이 기억하는 봉인 부적의 법진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천요도감》을 꺼내 스캔했다.

[열반진을 보았다면 이미 열반석이 깨졌을 것이다. 끝이 머지않았으니 현재를 살아라.]

그녀는 확실히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날 동천의 암시장은 모두 소탕했는데, 하늘에서 무엇을 본 걸까?

암시장을 소탕할 때, 그도 현장에 있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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