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웃음을 팔아 받은 핫초콜릿을 들고서 자기 쪽이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했다.
선량한 노족장은 늘 인족 동포의 고난을 걱정했지만, 선조의 가르침에 얽매여 산을 나가 세상을 구할 수 없기에 항상 한숨을 쉬며 탄식했다. 만약 그 어른께서 지금의 광경을 보신다면 안심하며 기뻐하셨을까?
무인족 주술의 원리는 아직 잘 모르지만 베테랑 외근팀의 경험과 식견으로 봤을 때 이 주문은 폐기된 게 분명했다.
이렇게 된 이상… 이것도 하늘의 뜻이 아니겠는가?
그 새인간이 말하고 흉내 내고 웃기고 노래하는 온갖 것에 정통하다고는 하나, 입을 닫아야 할 때는 결코 삼킨 말을 다시 뱉지 않는다.
샤오정은 전신이 가벼워졌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공장초기화’로 복구되었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빙의되고 벼락을 맞으며 입은 내상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오래된 고질병과 가벼운 통증까지도 전부 깨끗하게 사라졌다.
자신은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 인간이었다…
속눈썹이 드리운 그늘은 눈동자의 가장 깊은 곳에 가라앉은 듯해 너무나도 쓸쓸해 보였다. 눈동자 가장 깊은 곳에는 침상의 휘장과 밤새 꺼지지 않는 촛불만이 비쳤다.
갈 곳 없는 고통 속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불지옥으로 가라앉는 것만 같았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빙의한 사람과 마음이 통한 찰나, 이유도 없이 가없는 상실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꿈에서 깨어난 지금이 언제인지도 알 수 없었다. 아직도 황홀한 악몽에 빠져 있는 느낌이었다. 잠시간 마음속이 텅 비었다. 남아 있는 것은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또 그를 잃을 수는 없어.’
자신이 칠정[2]을 제대로 못 갖춘 건지, 아니면 양심이 없는 건지는 쉬엔지도 잘 몰랐다…
마치 가시가 걸린 듯, 난생 처음으로 밥이 맛없다고 느껴질 만큼 목이 막혔다.
그러나 가짜라는 걸 분명하게 알고 있는데도, 꿈속에서 느낀 격렬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은 여운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것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끝도 없이 이어질 기세로 그를 쫓아왔다.
그는 언제나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어야 한다고, 과유불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랑에 고생하고 미움이 깊어지면 이런 걸 고민할 필요도 없어진다.
그러니까 색을 밝히는 마음과 부정적인 감정이 섞이면서 미묘한 화학반응이 일어난 거겠지. 이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른바 ‘신’이 높으신 분들의 거짓말이라면 ‘귀신’은 불쌍한 사람들의 서글픈 환상일 뿐이다
사람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해도 좋다는 각오를 하고 몸을 던져 악귀가 되면, 생전에는 얻지 못한 능력을 손에 넣어 정의를 구현할 수 있으리라는 환상을 품는다.
‘혼’은 사람이 죽은 후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본존이 살아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곰곰이 생각했지만 이렇다 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편하게 망나니짓을 하려고 자신이 저 좋을대로 아무렇게나 설정했는지도 모르지.
‘장’이란 매우 강력한 에너지가 밖으로 흘러나와 형성되는 것으로 일종의 결계와 비슷했다.
벼락으로 사람을 때렸으니까 그 잘못을 만회하려고 특별히 직접 부상을 치료해 주러 행차하신 건가?
그리하여 성령연은 지금 여기의 천지가 그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으며, 온 세상이 자신에게 채워진 족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연이 봉인된 지 이미 3천 년이 흘렀다. 이 세계는 영기든 마기든 똑같이 희박했다. 천도에는 새로운 규칙이 형성되었으며, 이 새로운 규칙은 지나치게 강한 외력이 끼어드는 것을 허락치 않았다.
인족이 천하를 통일한 지 3천 년이나 되었건만 어찌 어엿한 사람으로 살지 않고 굳이 짐승 쪽에 기대는 것인가?
여기 숨어 있던 게로구나. 물건을 급히 찾을 땐 찾을 수가 없어도 잊어버리고 있으면 오히려 금방 찾게 된다더니.
사람의 무리가 서툴게 요족의 표준어를 흉내 내며 이미 3천 년 전 작고한 늙은 요족왕을 참배하고 있다니… 대체 이들은 뭐가 문제길래?
결국 적연을 봉인한 사람은 그 자신이다. 그러니 지금 상황 역시 자업자득인 셈이었다
여기서 천도에 손발이 묶이기까지 한다면 얼마간 더 불편해질 테니, 무슨 수라도 내야 한다…
봉래 회의, 아니, 벌써 이공국 본국까지 본진교가 침투해 있는 건 아닐까?
그건 대체 어떤 인생이었을까? 이것이 그가 인생 후반에 실성한 듯 포악해졌던 진짜 이유일까?
아마도 아주 어려서부터, 인족이 그를 선택했을 때부터,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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