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황 폐하는 신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며,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다. 도무지 어떤 존재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엿한 친자를 놔두고 사칭한 아이에게 황위를 물려주었다는 것은 더욱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다.

극악무도한 봉건사회 지배계급 같으니, 이 무슨 거지발싸개 같은 태도야!

하지만 이제는 안다. 당시 자신이 지나치게 신중했다는 걸. 이곳 사람들은 그야말로 금기라는 게 아예 없었다.

자신과 저 위대하신 황제 사이에 대체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대대로 양시를 했고, 상대방의 피가 묻으면 강제로 뇌를 공유하게 된다…

하지만 거울이며 세면대, 바닥에는 피가 흩뿌려져 있었다. 방울방울 떨어진 핏방울이 줄에 꿰인 듯 이어진 모습은 마치 애처롭고 아리따운 홍매화 가지 같았다.

그가 이렇게 웃으니 전신의 거무스름하던 기색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남은 건 또 언제든지 사람을 속여 함정에 빠뜨릴 준비를 하는 작태뿐이었다

"그렇다는 건 앞으로 그가 빚을 지면 네가 갚아야 하고, 그가 사람을 죽이면 네가 목숨으로 보상해야 된다, 이 말이지."

전설에 따르면 바다에는 ‘신충(蜃蟲)’이라는 해양생물이 있다고 한다. 바닷속의 쇠똥구리 같은 거라고 볼 수 있는데, 더러운 것을 좋아해서 항상 어딘가에 한가득 모아둔다.

내가 그렇게 낭패를 본 건 이상한 길로 안내한 누구 탓이잖아!

그 눈빛은 평온했고, 어쩐지 안도한 듯 기뻐 보이기도 했다. 동시에 아득한 슬픔도 약간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인황을 통제?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더군다나 성령연은 진짜 검령도 아니다.

싸워도 이길 수 없고 통제하려고 해도 통제할 수 없으니 차라리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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