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때 말했던 것은. "언젠가 내가 억울하게 죽은 모든 이들의 눈을 감겨주고, 수습하지 못한 모든 주검을 거둘 거야." 그가 부끄러움 한 점 없이 내놓은 그 말이 아로진의 일생을 일그러뜨렸다.
어린 아로진은 눈물을 흘리는 건 너무 나약하다고 생각했다. 눈물에는 값어치가 없다. 죽은 소녀의 목숨에 비하면 더더욱 가치가 없다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느낀 두려움이 마침내 분노의 연료로 변했다. 악독한 세상에 분노했고, 자신의 약함과 무능함에도 분노했다.
이만하면 괜찮다. 마음이 지나치게 뜨거운 사람은 제대로 자랄 수 없다. 아로진처럼, 좋은 결말을 맞지 못한다.
협박도, 회유도 듣지 않으니 단리는 제3의 수단인 고육지책을 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난세에 품은 진실한 마음이란 희대의 날카로운 칼이다. 역사책에서 간단히 말하고 넘어가는 기록이라도 그 뒤에는 언제나 무수한 책략과 속임수가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눈을 뜨면, 두 눈동자 안에 빛이 있었다. 비바람 속에서도 반석처럼 튼튼하게 쐐기를 박고 있는 그 빛은 가슴이 떨리도록 눈부셨다.
시공을 사이에 두고 성령연의 두 손이 한 곳에서 마주쳤다. 같은 뼈에, 같은 피부였다
백 일을 한결같이 좋은 사람은 없고, 백 일 내내 붉은 꽃도 없는 법.
아로진은 넋이 나갔다. 그가 가족에게 보냈던 서신, 살해당한 노족장,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는데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바꿔치기 된 측근 호위…. 일순간 이 모든 것이 선처럼 연결되어 하나의 진실을 어렴풋이 가리켰다
선조의 가르침을 등진 자는 더 이상 산신의 비호를 받지 못한다. 천지신명은 흙으로 빚어진 조각과 함께 썩어가리라. 어쩌면 인간이 신봉하던 것은 애초에 헛된 망념일지도.
거짓은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연못의 물은 타올랐다.
그는 하루를… 아니, 고작 하룻밤을 늦었을 뿐이다.
그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양 이야기꽃을 피웠다. 성령연의 기억 속, 저녁 무렵의 산꼭대기 광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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