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 만약 저들이 여길 떠나도록 내버려둔다면 수많은 백성은 대체 어디로 갈 수 있겠습니까?"
그의 몸은 악주에 찢겼다가 붙기를 무수히 반복했다. 살고 싶어도 살 수 없고,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었다.
그들은 열화 속에서 슬피 울고 비명을 질렀다…. 아직도 살아 있는 것처럼.
처음에 소년 시절의 소소한 옛일 속에서 떠나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사람은 성령연, 이 양심도 없는 노귀가 아니라 아로진 본인이었던 것이다.
"너도, 나도 마찬가지야. 이제 이 세상은 인간과 요괴를 나누지 않아. 백 년 가까이 전쟁도 없었다. 적연의 불도 꺼진 지 오래란다, 아로진…."
‘이 둘을 관 하나에 넣고 묻어버릴 수 있으면 그야말로 태평천하가 되는 거 아닌가?’
벽에 가득 걸린 풍등과 갈까마귀 외에, 당신과 함께 남은 술을 나눌 사람이 있나요?
수많은 백골과 함께 무수히 많은 경화수월 나비가 물속에서 발버둥 치며 희미한 형광빛을 뿜어내다가 천천히 꺼져갔다. 동틀 무렵, 점차 침묵에 빠져드는 별처럼.
모든 희망이 잿더미가 되어버렸을 때, 당신에게 난롯불을 지펴줄 사람이 있나요?
이 제단에 있는 건 전부 탄저균보다 훨씬 더 공포스러운 악주다. 나비 한 마리만 날아가도 생화학적 재난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거였다면, 어째서 무인족은 역사에서 지워져버린 걸까?
"짐은 속박되는 것을 일평생 가장 싫어했다." 천뢰를 맞을지언정 한 치도 타협하지 않는 말이었다.
타인이 자신을 존경하든 두려워하든, 그는 아무것도 마음에 두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은 꿈속에서 가장 쉽게 함락시킬 수 있으니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법. 그는 당연히 다른 사람이 약해진 빈틈을 잘 써먹기로 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는 이제야 진정으로 ‘속세에 내려왔다’고 할 수 있었다. 번화하고 어지러운 세속의 홍진(紅塵)이 그를 덮쳤다.
하지만… 인마는 집념 때문에 생겨난다. 욕망과 집착이 없으면 마가 될 수 없다.
몇천 년이 흘렀다. 그가 생전에 익숙하게 사용했던 것들은 전부 변했다. 폐하가 아무리 놀라운 습득 능력을 지녔다고 해도 조금 버거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신조의 뼈에서 다시 태어난 봉화령은 오랜 세월 천지조화 속에 담겨 있던 끝에 생령이 되었다.
그는 피식 웃었다. 그런데 어디를 건드렸는지, 가시에 찔린 듯한 날카로운 아픔이 가슴에 도졌다. 몸의 일부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걸려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혈맥에 녹아들지도 않았고 꺼낼 수도 없었다.
무인족은 물이 결국은 바다로 흘러가는 것처럼, 죽음을 맞으면 다시 태어나지 못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무슨 시체를 지키겠답시고 그리 진심인 것처럼 굴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