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불현듯 아무 이유도 없이 이대로 이별일지도 모른다는 감각이 설핏 떠올랐다.

언제나 그의 얼굴에 덮여 있던 가면 같은 평온함이 찢어졌다. 그 사이로 희미하게 드러난 것은 뜻밖에도 후련함과 광기였다.

평범한 사람이 보내는 일생은 일순간이다. 고통도 기쁨도 기껏해야 몇십 년이다. 몸뚱이가 겪어낼 수 있는 고통에는 항상 한계가 있기 마련이므로, 인간은 종종 고통이란 걸 제대로 느껴보기도 전에 해탈해 버리곤 했다.

잠깐 기다려. 안돼…. 가지 마.
자신이 누구인지도 기억나지 않았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창가에 홀연 한 줄기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미풍이 창가에 기댄 그 뒷모습의 옷자락을 가볍게 스쳐 지나가자 옷소매가 한들한들 흔들렸다. 이렇게 움직임이 생긴 순간, 조각상 같던 남자는 갑자기 ‘살아난’ 듯했다.

쉬엔지의 심장이 별안간 쿵 하고 떨렸다. 다른 차원에 발을 들여놓은 느낌이었다. 꿈속에서 이런 적은 지금껏 한 번도 없었는데!

정말 무서운 건 관 속에 시체가 아닌 다른 것이 들어 있을 경우다.

그러나 개미가 아무리 발버둥 친다 한들 바람을 벗어날 수는 없다. 얼음의 갈라진 틈은 금세 메워졌다

"소위 ‘제’라는 것은 일종의 매매 계약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제를 지낼 때는 네 가지 요소가 들어가는데, 각각 ‘제물’, ‘제사 책임자’, ‘중간다리’, ‘제문’입니다."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은 마치 발톱 아래의 작은 새를 쳐다보는 늙은 고양이 같았다.

일반인에게 이공국을 맡아 하늘과 땅을 넘나드는 특능인 무리를 관리하라니, 말도 안 되는 헛소리 아니겠는가?

"예를 거두고 일어나거라. 제문은 나를 인간 세상으로 돌아오게 했으니, 당연히 나를 구속하고 있을 것이다. 간신히 햇빛 속으로 나왔는데 구태여 내 손으로 일을 망칠 필요가 있겠느냐? 평범한 인간의 소원 하나 들어주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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