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BL] 최애 빙의가 너무해! 4 (완결) [BL] 최애 빙의가 너무해 4
seawolf / BLYNUE 블리뉴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안티..

"굳이 제좌(帝座)에 올라서, 제 불쾌감만 자극하는 장소에서 평생을 보낼 이유가 있습니까? 그깟 의자가 뭐라고."

어쩌면 일리야의 미소는 늘 같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편협함과 아둔함이 여태껏 눈을 가려 왔던 것일 뿐.

분노하되 그 분노에 집어삼켜지진 않았다. 폭군이 되는 대신 제좌를 버리고 자신을 돌아보고자 한다.

"대체 무엇이 정의냐! 죄지은 자를 명예롭게 하고 억울한 자의 저항을 처단하고! 인륜마저 저버렸을 인간의 신념 어디에 정의가 있겠느냐? 그 운명을 바꾼 것조차 내가 아니다. 그대가 한 일이다. 내게는 정말로 무엇도 없다. 그릇됨과 부정뿐이다."

"평생 수행해 온 계획을 목적지에 도달하고서 즉흥적으로 바꾼다는 게, 나한테는 쉽지 않은 일이야. 나를 따라 준 내 사람들에게도 빚을 지는 일이고."

세상일이 다 이렇다. 평생 내 앞을 가로막던 시련을 해결하고 드디어 자유를 찾았나 싶었는데, 역설적으로 실권이 없던 황녀 시절보다 더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재회는 상상했던 것만큼 감동적이지 않았다. 미안하고 불편한 자리가 되지도 않았다. 그저 얼이 빠져서 묻고 황자가 상냥하게 답을 해주는 일의 반복이었다.

남매라는 사실을 덮어 두면 남이나 다름없는 사이에, 저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동생에게 그렇게까지 신경을 써 주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어떤 모습, 어떤 방식으로라도 저를 지켜 주려 한 사람이다. 그게 진실이다. 그 어떤 대답보다도 분명한 진실.

마지막은 물론 좀 억울한 감이 있지만, 이게 다 과거의 업보 때문이 아닌가? 그런 식으로 자기변호를 시작하면, 평생 반성은 못 하고 변명만 하는 사람이 될 거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지만 먼 미래를 떠올릴 때마다 늘 미지의 두려움이 나를 찾아오곤 했다. 나 혼자만 다른 시간에 존재한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을 때 느낄 감정과 상대가 보일 반응이 두려웠다.

아. 정말 내가 미쳤나 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이 나를 충동질했다. 저 자학적인 말을 더는 듣고 싶지 않아서 다시 입을 맞췄다.

요컨대 적법하지 않은 황제가 황족의 입적을 강행해 봤자 폭정으로 역풍만 맞는단 소리 아닌가?

"……지금은 어떤 것 같아?"
"살아 있어서 매 순간이 좋습니다. 과거를 돌아봐도 조용히 그리워할 수 있을 정도로요."

"제가 이렇게 열심히 말씀드렸는데, 아직도 몰라주시는군요. 제 생애 가장 큰 축복은 당신이고, 가장 찬란한 순간은 지금이에요."

대륙에서 가장 패도적인 권력자를, 제대로 된 난방도 하지 않은 응접실에 한 시간 가까이 방치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페르디난트는 본인 말대로 마차에서 정말 멋없이 웃었다.
"분명, 뭐든지 들어주시기로 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