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BL] 게임에서 만렙거지를 주웠을 때 1 [BL] 게임에서 만렙거지를 주웠을 때 1 1
마린코드 / 글로번 / 2020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뭔가 조용히 게임하려던 생활이 거대한 폭풍에 휘말린 거 같은데……. 그렇다고 다시 빠져나오기에도 이미 늦은 것 같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자꾸 오르카는 그리핀이 마음에 들고 있었다.

다만 지금 오르카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감뿐이었다. 그리핀이 나쁜 사람이 아닐 거라는 감.

마지막 모습은 아름다운 소금 사막에서 그리핀이 여우 귀를 쫑긋대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그리핀은 졸린지 자신의 뺨을 매만지더니, 퐁! 곧 여우로 변해 오르카의 다리를 앞발로 긁었다. 안아 달라는 거였다.

그리핀은 푹신한 이불을 덮고 기분 좋게 몸을 웅크렸다. 처음으로 그가 이름을 불러 주니, 별것도 아닌 일인데 특별하게 느껴졌다.

너른 품에 휘말린 여우는 버둥대다가도, 곧 잠잠해질 수밖에 없었다. "너랑 이렇게 쉬니까 좋은 거 같아." 그의 나른한 속삭임에 애꿎은 상념들이 모두 휘발되고 말았다.

그리핀은 소리 없이 기분 좋게 웃었다. 자꾸 별것도 아닌 거로 칭찬해 주는 오르카가 좋았다. 그가 허튼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아서 더 좋았다.

"야, 뭐 잊는 데 연애가 최고야. 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잖아."

하지만 도현은 사회적인 미소만을 머금은 채 결혼식만을 보며 나직이 대답했다.

"싫어."

여우 키워야 해.

오르카가 깐죽대던 여우의 주둥이를 쥐며 혼냈다. 그리핀은 입이 꼭 막혀서도 눈을 휘며 키득거렸다. 오르카가 귀 끝까지 빨개진 걸 발견해 버려서. 우리 형 순진해서 어쩌나.

"너한텐 좋게 보이고 싶어서 욕심낸 거지, 너 괴롭히는 놈들한테까지 좋게 보이고 싶진 않아."
"……."
"난 내가 편하게 게임하는 것보다 네가 더 중요해."

잠시 울음이 멈추길 기다려 주던 오르카는 작은 여우 몸을 안아 들며 말했다. 여우 꼬리와 귀까지 서글픔에 축 처져 있었다. 그간 참았던 눈물이라도 다 흘리는지 눈물길이 선했다. 오르카는 여우 몸을 계단에 앉혀 두곤 서러운 눈물을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닦아 주었다.

"넌 선택만 해."
"저는……."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
"네가 손해 보는 건 없어."

그리핀은 잠시 작게 숨을 고르더니,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어떻게든 다시 세져서, 꼭 형을 지켜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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