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삶이 한 사람으로만 가득 차는 건, 좋지 않다. 그걸 알고는 있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 남자 자체가 너무나 강렬하고 기괴해, 도저히 머릿속에서 몰아낼 수가 없다.
그래, 처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죽어도 그걸 인정하기 싫어 외면하고 부정했지만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남자를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끌렸던 거라고.
그리고 조금은 서로를 이해해 가고 있다. 지금은 그거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평온할 수 있기를, 조용히 바랄 뿐이다.
그의 품이 편안하다. 그의 체온도 호흡도 이젠 완전히 익숙해져 편안해진 채였다. 그도 자신도 이제 겨우 이 생활에 익숙해져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주 조금만 이대로 있고 싶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영원히…….
아무렇지 않은 척,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현실에서 눈을 돌린 채 귀를 막고 눈을 감고 그렇게 평화로운 척 잘 지내 왔다. 누군가 바로 눈앞에 현실을 들이밀기 전까지는.
자신은 그처럼 대담하고 무심해질 수 없고, 단 하나만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을 정도의 열정도 없다. 그게 바로 그와 자신의 가장 큰 차이였다. 그리고 동시에 그와 자신 사이의 시차(視差)를 좁힐 수 없게 만드는 가장 근원적인 원인이기도 했다.
적어도 지금, 이 평화로운 세상 속에서만은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마치 이 세상에 그와 자신 단둘만 남은 것처럼 그의 품에 안겨 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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