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하고도 애매한 변화들. 그런 것들을 느낄 때마다 시준은 가슴께가 답답해져 왔다. 그리고 애써 무시했다. 오늘로 이러한 감정들도 모두 끝이었다. 오늘만큼은 하지하가 원하는 대로 해주리라고 마음먹었던 것처럼 시준은 그가 쑥스럽게 얼굴을 붉히며 웃어도 웃지 말란 소리를 하지 않았다.
다시는 안 그럴게.아프게 하지 않을게.그러지 말아줘.나한테 그러지 말아줘.울면서 속삭이는 말에 시준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비겁하고, 비열하고. 말 한마디로 자신의 처지를 뒤바꿀 줄 아는 하지하.그는 시준에게만 멍청했을 뿐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