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청소
노청엽 지음 / 반타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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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65 남편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말. 쓰러진 남편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말. 죄책감이 하루하루 자신을 옥죈다는 말. 모두 거짓이었다. 그리고 남편을 사랑했다는 마지막 말이야말로, 끝내 그녀의 속을 뒤집어 놓은 가장 큰 거짓말이었다.

 

파격적이다. 강렬하고, 의외의 반전이 있다. 노청엽의 장편 소설 『완벽한 청소』는 주인공 채영숙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영숙은 현대 장편 소설의 주인공으로는 다소 특이한 구석이 있는 인물이다. 50대의 중년 여성이라는 점, 의뢰인들의 ‘가짜 가족’을 연기해 일종의 사기에 가담하며 돈을 번다는 점이 그렇다. 돈에 허덕이는 탓에 아주 도덕적이지도 않지만 끝까지 비도덕적이지도 않은, 상당히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다. 사실 채영숙뿐만 아니라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꽤 특이하게 느껴진다. 이 사람 중요해 보여, 생각하면 어느새 죽어버리기도 하고 이 인물이 범인일 듯, 하고 생각하면 의외의 선역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돈과 도덕 사이에서 덜컥 돈을 선택해버린 영숙이 그 선택으로 인해 어떤 일들에 휘말리는지 따라가다 보면 300페이지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전개가 빠르고 상당히 속도감이 있어 마치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를 보는 듯 금세 읽었다. 시체가 등장하거나 폭력이 오가는 장면들이 꽤 생생하면서도, 독자를 괴롭히기 위한 억지스러운 텍스트고어나 과한 묘사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촘촘하게 짜인 초반부에서 쌓여 올라간 빌드업이 의외의 반전 몇 개를 거쳐 한 번에 탁 터진다. 오래된 스릴러의 정석 같은 기승전결을 갖고 있으면서도 몇몇 소재는 꽤나 현대적이다. 몰아칠 때는 확실히 몰아치고 덜어낼 때는 담담하게 덜어내는 필력이 대단하다. 작가가 01년생이라는 젊은 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독자를 사로잡는 힘이 훌륭했다.

 

p.255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의 밀도는 56년간 꾸역꾸역 살아온 그녀의 삶 전체를 거대한 압착기에 넣고 짓이겨도 다 담아내지 못할 만큼 빽빽했다. (중략) 그 얄팍한 생애가 이 끔찍한 나을 안에 응축되어 있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바쁘게 시점이 변하던 전반에 비해 진상이 밝혀지는 결말부의 하이라이트는 의외로 대화 위주로 진행되는데, 이 구간이 조금 더 길고 탄탄했으면 어땠을까 싶으면서도 가족이라는 주제부를 놓고 확연히 대비되는 두 인물을 정면으로 부딪혀 보여주는 연출이 흥미롭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스릴러라는 장르의 재미에 충실하면서도 인물 간의 연대나 서사가 세밀해 은근한 여운이 남는다.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이 서로를 힘들게 하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서로를 구해주는 것을 보며 독자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책을 덮은 후에는 살아남은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게 된다. 영숙의 말대로, 살아 있는 사람은 돌아갈 수 있으니까.

 

읽는 동안 이것저것 추측해볼 구석이 많고 자잘한 반전들이 등장할 때마다 흥미로웠다. 다른 독자들도 그렇게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 스포일러를 최대한 덜어내다 보니 좋다, 이래서 좋다, 저래서 좋다는 말만 가득한 리뷰가 되었지만, 정말로 꽤 괜찮은 페이지터너다. 차기작이 굉장히 기대되는 작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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