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을 잇는 바다
이요하라 신 지음, 김다미 옮김 / 비채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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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66 흙은 나무나 돌이 그러하듯 인간과 가장 가까운 자연물이다. 그 자체로는 도움이 안 되는 흙으로 그릇이라는 도구를 만든다. 모양 없는 것으로 모양을, 새로운 가치를 빚어낸다. 모든 생물 중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이라는 것의 원점이 바로 거기 있는 것이리라.

 

과학자가 쓰는 문학을 좋아한다. 과학적 정보 전달을 위해서가 아닌, 문학의 궤를 빌려야만 쓸 수 있는 인간적인 이야기들이 반가운 요즘이다. 파랑을 잇는 바다의 저자 이요하라 신은 지구과학 전공자로 작중에서도 그의 전문적인 과학 지식이 아낌없이 드러난다. <꿈 빛깔 섬>에서 이야기하는 지질과 흙, <별 지는 역체>에 등장하는 운석 등 창작된 픽션 속을 세밀하게 채우는 과학적 사실은 이야기의 밀도를 높이고 독자를 글 속으로 빨아들인다. 치밀한 반전이나 폭발적 볼륨의 사건 없이도 긴밀하게 연결된 인간과 자연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세세한 고증에 비해 놀랍게도 술술 읽히는 글이었다. 문과 출신인지라 너무 과학적 설정이 방대한 소설은 읽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파랑을 잇는 바다는 매 단편마다 상세한 과학 소재가 녹아있으면서도 굉장히 상냥하게 쓰여 있어 이해가 쉬웠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 가는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도 도자기에 대해, 늑대와 개의 관계성에 대해, 바다거북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그 자연 속을 살아가는, 잠깐 도망치더라도 자기 삶을 묵묵히 살아가기로 하는 인물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생긴다. 어떤 소재를 빌리든 문학의 역할은 인간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파랑을 잇는 바다도 이렇게 여러 가지 과학적 소재가 등장하지만 골자는 결국 사람의 삶에 있었다. 고헤이가 다시 흙을 만지게 되는 일, 사쓰키를 돌보아 주는 사와 할머니의 모습 등에서 바다가 파랑을 잇듯 연민과 신념이 사람을 이어 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p.339 우리 인간도 똑같아. 좋아하는 곳, 마음에 드는 곳, 거기서 살면 돼. 자기가 태어난 곳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표제작인 <파랑을 잇는 바다>가 역시 표제작답게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늑대개 다이어리>도 꽤 즐겁게 읽었다. 직장을 다니며 공황장애를 얻게 된 마히로는 시골 살이 중에도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프리랜서지만 동료 프리랜서들의 모임에도 나가지 않고 공고에도 떨어지기를 여러 번, ‘꽁무니 뺀 개신세의 마히로가 별안간 벌어진 늑대 소동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늑대개가 개와 늑대 쪽에서 늑대를 택한 일을 통해 자신도 꽁무니 뺀 개를 그만두기로 하는 마히로의 이야기가 근사했다. 마히로와 다쿠미 · 사쓰키와 사와 할머니라는 나이차가 큰 우정 관계가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늑대로 살 것인지 개로 살 것인지 · 바다로 돌아올 것인지 돌아오지 않을 것인지는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두 단편이 비슷한 결을 띠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체적으로 고요하고 담담한 다섯 개의 단편에 여러 명의 삶이 촘촘하게 들어 있었다. 이야기가 끝나더라도 계속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약간은 의아한 선택을 하고도 후회는 없어 보이는 꿋꿋한 인물들이 사랑스럽다. 이 책을 독자들에게 이어 준 출판사에 깊이 감사드린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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