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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들의 시대 공감
명형진 외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6년 6월
평점 :

#도서제공
p.108 설사 지금 내가 의인이라 할지라도 원수와 똑같은 악인이 될 수 있으며, 누구나 죄를 짓는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 그러므로 우리는 누군가를 미워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보듬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종교적 이야기를 떠나서,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볼 때가 있다. 결혼이나 퇴직 같은 인생의 전환점을 앞두고 있을 때, 일이 마음대로 잘 풀리지 않아 벽에 부딪혔을 때, 또는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었을 때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은 고뇌에 빠진다. 『사제들의 시대 공감』은 여섯 명의 사제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삶의 방향을 함께 성찰해주는 책이었다. 그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주님께 자신을 의탁하는지, 어떻게 해야 두려움과 싸우는 대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하나하나를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히 독자들도 자신이 살아갈 방향에 대한 깊은 성찰이 가능해진다.
사실 신학 강의처럼 다가오는 딱딱한 이야기들은 학문적 소양을 높이기에는 좋지만 가슴 깊이 파고드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제들의 시대 공감』은 단순히 신학적 이론을 펼치기보다 사제 개인의 이야기를 신자들에게 내어놓는다. 신학교에서 사제의 길을 두고 고민하던 학생과의 사연, 몽골에서 만난 참새 한 마리를 보고 깨달은 것에 대한 이야기들은 텍스트로 읽어도 마치 곁에서 누군가 들려주고 있는 듯이 따스하게 마음에 다가온다. 게다가 각 챕터는 단지 내밀한 사연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거기에 성경 말씀이나 사제의 깨달음을 덧붙여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신자들이 책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p.228 우리의 선함은 다른 이들의 회개와 연결되어 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선함에 기대시어 잃어버린 이를 찾으신다. 그래서 우리는 혼자서도 선함을 택한다. 아무도 모르는 선행일지라도, 나중에 받을 보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잃은 양을 찾는 지향으로 기꺼이 선택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 깊이 파고든 챕터는 3부 <사랑, 그늘진 자리에 비추는 빛>이었다. “서로 사랑하여라.” 라는 계명을 알면서도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누군가를 자꾸만 미워하게 된다. 그 대상은 때로는 아주 먼 지인일 때도 있고, 가까운 가족일 때도 있고, 심지어는 나 자신일 때도 있었다. 3장에서 한 신자가 ‘다른 말씀은 모두 기꺼이 따를 수 있지만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지킬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는 이야기에는 조금 웃으면서도 묘하게 공감을 느꼈다. 그러나 방종우 신부는 이 사연에 명쾌한 답을 내린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그 미움이 너 자신을 갉아먹게 하지 말라는 뜻’이라는 사제의 해석을 읽고 어쩐지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지금껏 내가 나쁜 길로 가지 않도록 ‘구속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던 계명들이 사실은 내가 더 좋은 길로 갈 수 있도록 ‘지켜주고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신앙의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가톨릭에 큰 거부감이 있는 게 아니라면 비신자도 한번쯤 읽어보아도 좋은 책이라고 여겨진다. 따스한 목소리로 이루어진 책이 독자들의 삶을 보듬고, 위로하고, 응원해준다. 책의 말미 부록에는 이 책을 쓴 여섯 사제의 기도문이 수록되어 있다. 정성스럽게 쓰인 기도문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들을 은총으로 가득 채워줄 것만 같아진다. 오늘밤에는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도’를 바쳐 볼까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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