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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고 기억하는가 - 지구 끝에서도 살아남는 작고 여린 잎에 숨은 강인함에 대하여
곽준명 지음 / 현대지성 / 2026년 6월
평점 :

#도서제공
p.182 생존을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과 성장을 위해 잊어야 할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식물과 인간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다. 결국 기억만큼 망각도 지혜로운 선택인 셈이다.
우리는 대개 동물은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잡아먹고 가족이나 무리, 사회를 형성하는 존재로, 식물을 수동적이고 잡아먹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존재로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제목부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식물은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고’ ‘기억하는가.’ 가만히 그 자리에서 광합성이라는 화학적 반응을 반복하는 것으로만 보였던 식물이 사실 무언가를 느끼고 행동하고 있었다니, 식물에는 눈이나 귀 같은 감각기관도 뇌처럼 생각하고 명령하는 기관도 없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다는 것일까. 게다가 기억력이 나쁜 사람을 놀릴 때 일부 동물에 빗댈 정도로 ‘기억’이란 사람과 같은 고등 동물만의 특별한 능력으로 여겨져 왔다. 도대체 식물이 어떻게 이 많은 능력을 가진다는 것일까? 하는 의문 속, 식물에 대한 이야기란 곧 그들이 포함된 자연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까지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라는 추천사로 책의 포문이 열린다.

살면서 상상하지도 못했던 부분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될 때 뇌가 트이는 경험을 한다. 단언컨대, 이 책은 모든 페이지가 그런 경험으로 독자를 이끈다. 사람이 조치를 취해주지 않으면 병충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줄만 알았던 식물이 사실 화합물을 스스로 만들어내 세균의 침입으로부터 자신을 지킨다니. 심지어 가뭄이 들면 스스로 기공을 닫고 저장해둔 물을 지켜낸다니. 지금껏 식물에 대해 알고 있던 모든 상식이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의문과 놀라움에 빠져 종래에는 혼자 중얼거리며 책을 읽었다. 식물이 위험에 처하면 주변의 다른 식물들에게 그걸 알려준다고요? 중금속 환경에서도 생존하는 해바라기를 심어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을 복구할 수 있다고요...? 실로 식물이 가진 강인한 생존력, 그들이 서로 공생하며 자연을 지켜내고 다음 세대로 그 경험을 전달하는 과정에 쉴 새 없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p.262 하지만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려는 식물의 지혜와 전략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욱 심각한 기후위기의 순간에도 인류와 지구를 지킬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총 4장에 거쳐 책은 식물이 살아가는 기본적 원리와 식물의 능력, 식물의 공생 생태계, 자연 회복력, 그리고 식물의 이러한 지혜가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이야기한다. 인간 중심적 시선에서 관상용으로, 식용으로만 생각되던 식물이 기후위기나 환경오염이라는 현대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이 된다는 점에서 식물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과학책을 리뷰할 때마다 쓰는 말이지만 나는 문과-보건계 루트를 탄 사람인지라, 생명과학이라면 모를까 자연과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식물은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고 기억하는가』는 우선 설명이 상냥하고, 그림이나 챕터 요약을 통해 관련 지식이 없는 독자더라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심지어는 종이책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싣기 힘든 영상 자료는 각주에 QR코드로 첨부한 센스가 굉장히 좋아서, 페이지를 넘기다 QR코드를 만날 때마다 내용을 이해하려 골몰하던 기분이 조금 환기되기도 하고 여러모로 반가워졌다. 상냥하고, 재밌고, 유익한 과학책이다. 이 책을 읽은 모두가 식물과 함께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를 꿈꾸게 될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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