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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센류 걸작선 ㅣ 실버 센류 모음집 3
공익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4월
평점 :

#도서제공
p.18 여행 마니아 안 가본 곳이라곤 저승뿐이라네 (旅行好き 行ってないのは 冥土だけ。)
한때 ‘일본 노인 글짓기 당선작.jpg’ ‘흔한 열도의 작문’ 류의 제목을 달고 인터넷을 떠돌던 문장들이 있었다. ‘연상이 내 취향인데 이젠 없어’ ‘병원에서 3시간 기다렸다 들은 병명 노환입니다’ 등 재치있고 해학적인 문장들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글들은, 단순한 작문이나 시가 아니라 ‘센류’라는 일본 시의 한 종류이다. 센류는 5·7·5의 운율을 가진 일본 정형시로, 운율이 정해져 있지 않은 시가 더 익숙한 현대 한국인의 관점에서는 일반인은 짓기 어려운 고전 순문학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오히려 와카나 하이쿠에 비해 더 가볍고 풍속적인 느낌을 띤다. 요즘에는 ‘샐러리맨 센류’ ‘주부 센류’ 등의 여러 공모전이나 대회를 찾아볼 수 있으며 『일본 센류 걸작선』은 그 중에서도 노인들의 자조나 풍자를 담은 ‘실버 센류’ 모음집이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노화, 건망증, 노인 이슈 등을 담은 센류 100수를 통해 독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책에 담긴 센류들은 하나같이 유쾌하다. ‘불만 있으면 개가 아니라 나한테 말해’ 나 ‘문화센터엔 선배티 풀풀 내는 아내가 있다’처럼 부부 사이의 일을 주제로 하는 센류부터 ‘옛날엔 주당 지금은 맨정신에 갈지자걸음’ ‘늙는다는 건 늘어가는 복용약 줄어드는 기억’과 같이 건강과 관련된 센류도 있다. 문장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가고 있으면 처음에는 우스꽝스럽게 표현된 모습들에 마냥 웃음이 나지만, 두 번 세 번 다시 읽을 때는 어쩐지 마음 한편에 묘한 씁쓸함이 차오르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아파 병들게 되는데 과연 나는 그렇게 되었을 때, 이토록 유쾌하게 그걸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때로는 깊은 통찰에 감탄하며, 때로는 위트있는 풍자에 키득거리며 읽게 되는 책이다.
p.124 이 나이 먹고 끊어서 무엇 하랴 술이랑 담배 (この歳で 上めてどうする 酒たばこ。)
『일본 센류 걸작선』은 수상 연도에 따라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부를 넘어갈 때 ‘센류 달인에게 묻는다’ 코너를 삽입해 분위기를 환기하는 동시에 센류에 대한 이런저런 궁금증도 풀어준다. 일본어 원문이 함께 실려 있어 일본어를 아는 독자라면 원문을 따라 읽으며 운율을 느낄 수도 있고 중간중간 삽입된 마치 동화같은 분위기의 삽화가 시의 여운을 오랫동안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노년층에게는 공감을, 젊은 독자들에게는 웃음을 주는 책이다. 60대 어머니는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깔깔 웃으시고 마음에 드는 페이지를 펼쳐 놓고는 한참 바라보며 이것 참 내 이야기 같다며 깊이 공감하시기도 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노인은 민폐’라는 이미지가 점점 강해져가는 씁쓸한 세상이다. 오로지 돈을 벌고 성공하는 방법만을 좇는 세대에서 시나 감성은 너무나도 쉽게 뒷전이 된다. 그러나 『일본 센류 걸작선』은 그런 사회에 지친 독자들에게 노인도 그저 유머를 즐기고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사회 구성원이라는 점을, 웃으며 인생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도 하나의 훌륭한 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기운을 북돋아준다. 이 시리즈가 계속되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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