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카 새소설 23
강지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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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94 기승전결은 이미 음악 안에 있기 때문에 리듬을 타오르게 할 수 있는 기폭제를 찾아야 했다. 절정을 지나 몸과 마음을 조금씩 가라앉혔다. 호흡과 스텝 안에 마무리를 위한 실마리가 있었다.

 

뭐 하시는 분이세요?” “탭댄서예요.” 소설의 도입에서 지나치게 되는 이 짧은 대화부터가 지금껏 읽어온 책들과 인디카는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도 어디 가서 취미로 독서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는 책을 읽는 편인데, 그 많은 책들 중에서 주인공이 탭댄서인 작품이 있었는지 생각해내려 애를 써 봐도 딱히 떠오르지가 않았다(굳이 고르라면 영화 스윙키즈정도일까?). 탭댄서라는 다소 낯선 직업을 가진 주인공 태일의 일상은 의외로 엄청나게 화려하거나 특별하지는 않다. 때로는 춤을 추고, 수시로 일을 하고, 돈이 생기면 위드를 피우고…… 오히려 지나치게 자유롭고 유유자적한 분위기에 가까워, 쉴 새 없이 사건이 몰아치는 기믹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단조롭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자꾸 두근거리며 마음이 동한다.

 

태일은 여러 도시를 오가며 여러 사람을 만난다. 이곳에 정착하는 건가, 싶으면 또 호스텔을 옮기고 이 사람이랑 깊어지는 건가, 예상하면 어느새 그는 떠나가고 없다. 폭발적인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으면서도 태일의 발자취는 계속해서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러면 독자는 또 태일이 옮겨간 곳으로 허겁지겁 그를 따라가야 한다. 그런 주인공의 모습은 때로는 외로워 보이고 때로는 자유로워 보인다. 비선형적인 리듬과 어디로 갈지 모르는 방향성 속에서도 태일은 리듬의 완급을 조절할지언정 리듬을 잃어버리지는 않는다. 인디카는 이야기 전반에 걸쳐 결국 태일의 어떤 리듬도 틀리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빠른 리듬도, 느리거나 꼬인 리듬도, 모두 각자의 삶의 궤적일 뿐이다.

p.110 딱히 브롱크스가 궁금한 것은 아니었다. (중략) 누군가에게 이런 곳도 가봤다며 자랑하기 위함도 아니었지만 동시에 그 모든 것이었다. 또 그 모든 것이어야만 했다. 어떤 숨 막힘이나 불편함을 안은 채 그 지역을 계속 걸었다.

 

이 책을 읽는 내가 이렇다 할 일탈 없이 틀에 박힌 듯 살아와서일까, 작중의 태일은 늘 덤덤하고 서술도 평온하고 고요한데 읽어나가는 나만 사건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자꾸 불안해지곤 했다. 아니, 불법체류를 고민하면 어떡해! 지금 경찰에게서 전화 오잖아, 통장대여가 얼마나 큰일인데?! 그렇게 황당하게 마음을 졸이며 페이지를 넘겨도 태일은 조급해하거나 허둥지둥 돌아가는 대신 어딘가의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독자들도 그의 리듬을 따라, 나무판을 두드리는 탭 슈즈의 금속음이 어디에선가 내 맥박에 맞춰 들려오는 기분으로 마음을 조금 내려놓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태일은 댄서이기 때문에, 그가 길을 헤매느라 빙빙 돌며 발을 붙여댄 자리까지도 결국은 리듬이 되고 탭댄스가 될 테니까.

 

박자를 따라 걷고, 여행하고, 마음껏 헤매는 것. 젊은 예술가만이 살 수 있는 삶이라고 느껴져 동경과 걱정이 동시에 차오른다. 괜히 선 자리에서 출 줄도 모르는 탭 댄스를 추듯 발을 굴러보게 되는 책이다. 내 삶의 리듬을 찾고 싶은 마음으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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