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보다 예술 - 세 여자의 예술 이야기
이운진.김윤선.강미정 지음 / 소월책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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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138 한편으론 소녀 둘이서 꿈꾸었던 그 사랑이란 게 애초에 있기나 했던 것인지, 있었는데 없어진 것인지, 지금은 그게 그리 중요하지가 않다. 다만 그 시간 속에 함께 존재했던 그것만으로도, 그 청춘 충분히 아름다웠노라 말하고 싶다.

 

여자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책이 좋다. 그게 무슨 이야기이건 간에, 문학과 지식이 오롯이 남성의 전유였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그냥 어떤 내용이 되었든 글을 쓰는 여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로맨스보다 예술의 표지를 넘기기 전부터 이 책이 반가웠다. 여성 시인 세 명이 써내려간 예술에 대한 이야기들. 자신의 삶에 스며들어 있는 예술에 대해 진솔하게 쓰인 산문들이 엮인 책을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산문 하나하나의 볼륨이 크지 않기 때문에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또는 저녁 일과를 마치고 잠들기 전에 마치 친구와 잡담을 나누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시인들 각자가 사랑하는 문학이나 음악에 대한 얘기를 읽어나가다 궁금해지면 그 작품을 검색해보느라 또 세상이 한 걸음 넓어졌다. 그들이 사랑하는 예술은 때로는 연민과 위로의 모습을 하고 있고, 때로는 일상과 코미디의 모습을 하고 있다. 세 명의 시인들이 살아온 삶 속에 스민 예술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독자를 그들의 예술 속으로 끌어들일 뿐만 아니라 함께 사유할 수 있는 상상 속의 공간을 만들어준다.

 

p.61 삶은 이런 것일까.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운명과도 기어이 함께 살도록 만드는 것이 삶일까. 틀림없이 슬픔은 여기가 끝일 거야, 하고 생각할 때마다 다른 일이 계속 일어나는 게 삶인 걸까.

 

이운진 시인의 친애하는 앤 셜리는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몇 번이고 다시 읽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글이었다. 요즘 학생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시인보다는 한 세대가 조금 안 되게 어린 내게도 빨간 머리 앤은 어릴 적 마음속의 소중한 친구였다. 놀림을 받아도 굴하지 않는 초록 지붕 집의 빨간 머리 앤, 상냥한 다이애나와 미운데도 미워할 수 없는 길버트. 많은 여자들이 앤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시인은 앤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 겪지 않았어도 이야기를 읽으며 함께 통과하고 나면 삶의 무언가를 배운다고 말하는데, 어떤 독자들에게는 로맨스보다 예술도 그런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보다 앞서 걸어간 여성 창작자들의 웃고 떠들고 울며 살아온 이야기. 이 글들도 독자들에게 삶의 무언가를 배우게 해 주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한가로운 휴일, 커피와 함께 언니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따뜻한 글이었다. 세 시인이 쓰는 시에는 또 어떤 사유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진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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