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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ㅣ 현대지성 클래식 71
찰스 디킨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1월
평점 :

#도서제공
p.25 최고의 시절이었고 최악의 시절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이 솟구치던 시기였고 불신이 드리우던 시기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그리고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사람들 앞에는 모든 것이 놓여 있었고, 또한 아무것도 없었다.
현대의 독자들은 잡지 연재 소설이 익숙하지 않다. 애초에 잡지를 구독하는 사람도 많이 줄어들었고, 젊은 독자들에게 ‘연재 소설’이라는 단어는 당연하게도 인터넷 플랫폼의 ‘웹 소설’과 동의어로 생각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셜록 홈즈』나 『몬테크리스토 백작』처럼 지금에는 한 권의 고전으로 받아들여지는 소설들이 신문이나 잡지의 연재 소설이었다는 얘기에 놀라곤 한다. 『두 도시 이야기』또한 찰스 디킨스가 『All the Year Round』라는 주간지에서 연재했던 소설이다. 프랑스 혁명이라는 소란스러운 시대를 배경으로 그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낸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인데도 어째서인지 국내에서는 디킨스의 다른 작품인 『올리버 트위스트』나 『크리스마스 캐럴』에 비해 인지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방대한 분량 탓일까?).
파리와 런던의 사뭇 다른 분위기, 처절한 혁명과 희생, 사랑, 복수… 키워드만 놓고 보면 사실상 거대한 아침드라마라고 느껴질 법한 이야기지만 어쩌면 그런 점이 이 소설을 주간 연재 스타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한 여성을 사랑하는 똑 닮은 남자 둘,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죽음을 택하는 남자. 너무나도 매력적이지 않은가? 찰스의 재판에서 시드니는 ‘어딘가 외모가 단정치 못하고 부주의한 면모도 느껴지며 어찌 보면 방탕해 보이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처형 후 사람들은 그를 두고 ‘숭고한 예언자의’ 모습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를 변화시킨 건 아마 루시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두 도시 이야기』의 작중에는 프랑스 혁명을 비롯한 많은 시대적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마지막은 결국 시드니 개인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는 것을 통해, 이 소설은 시대의 단순한 기록보다도 인간의 존엄성, 사랑과 헌신, 희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다.
p.439 남편하고 아버지가 감옥에 갇혀 생이별하는 건 매일 있는 일이었지. 우리는 한평생 우리 자매들과 아이들이 가난하고 헐벗고 굶주리고 목말라할 뿐 아니라 병들고 고통받고 억압받고 방치되는 모습을 수없이 봐 왔잖아.
작중에서 런던과 사랑, 희생과 헌신을 대표하는 인물은 시드니 카턴이다. 그런 점에서 파리를 대변하는 인물은 찰스 다네이라고 보아야 마땅하겠지만 책을 읽다 보면 마담 드파르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파리와 복수, 혁명과 증오를 대표하는 인물은 아마도 테레즈 드파르주다. 시대의 피해자였던 테레즈를 과연 매정한 악역이라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도 고평가되는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문장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독자들을 따라다닌다. 최고이자 최악이고 빛이자 어둠이었던 시대,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 인물들. 서로 반대편에 있는 것만 같은 두 도시의 이야기에서 독자들은 어쩌면 그 속의 인물들은 그렇게까지 반대에 있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
고전을 읽을 때는 좋은 번역본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현대지성 클래식은 그런 면에서 꽤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원본의 삽화는 물론이고 상냥한 주석이 달려 있어 시대적 배경을 알아야 할 대목에서도 어려움 없이 글을 읽어나갈 수 있다. 혐오와 폭력으로 인해 다시 혼란스러워진 현대에, 디킨스가 19세기에 전하고 싶었던 헌신적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 시간이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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