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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페이퍼백) ㅣ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_페이퍼백 에디션 6
샬럿 브론테 지음, 김나연 옮김 / 앤의서재 / 2025년 11월
평점 :

#도서제공
p.435 “나는 새가 아니야. 나는 그물에 걸려든 것도 아니에요. 나는 자유로운 의지를 가진 자유로운 사람이고, 그 자유로 당신을 떠나려는 거예요!” 다시 한번 몸부림쳐서 그의 품에서 벗어난 내가 등을 꼿꼿이 펴고 당당히 섰다.
브론테 자매들의 글을 사랑한다. 개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고르라면 『폭풍의 언덕』이지만, 누구에게나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을 고르라면 『제인 에어』를 고를 것이다. 사람들은 『제인 에어』를 흔히 계급을 넘어선,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 가진 것들을 잃은 후에도 히로인이 그를 버리지 않고 진정한 사랑으로 포용하는 로맨스 소설로 생각한다. 책의 전반적인 스토리가 로체스터와 제인의 로맨스를 그려내고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책을 꼼꼼히 읽다 보면 정말로 『제인 에어』가 로맨스 소설인가? 하는 생각에 빠진다. 책의 제목에서 보이듯이 어디까지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제인이다. 책은 제인의 일생과 한 개인, 시대의 약자였던 여성으로서의 성장을 담고 있고 로체스터는 단지 그런 그를 위한 남자 주인공이라고 느껴진다.
제인의 사랑은 로체스터와 결혼해 더 높은 신분을 얻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독립된 개인으로서 살아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오직 남성의 권위와 신분에 기대어서만 살아갈 수 있었던 당대 여성들에 비해 제인은 언제나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한다. 그와 로체스터가 이어지는 것도 로체스터가 부유한 손필드의 주인일 때가 아니라, 오히려 제인은 자립 가능한 존재가 되고 로체스터가 모든 것을 잃고 남의 돌봄을 받는 상황이 되었을 때다. 제인은 버사의 존재를 알게 된 후에 사랑의 도피를 고를 수도 있었고, 그대로 로체스터의 정부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길에서 배를 곯거나 추위에 떠는 신세는 되지 않을 게 확실했다. 그러나 제인은 자신의 사랑을 핑계로, 자신의 안위를 위해 부도덕한 선택을 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p.771 “제게 그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요. 오히려 이제야 제대로 당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당신에게 쓸모 있는 지금이 더 좋아요.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자존심 강하고, 제게 그저 내어주고, 저를 보호하려고만 했던 지난날보다 지금이 훨씬 편안해요.”
제인의 삶은 언제나 제인의 목소리와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 권력에 순종하기보다 맞서고, 본인의 기회를 직접 개척하며, 자신의 영혼을 위해 진정한 사랑을 선택한다. 그는 남성의 트로피나 보조자로서 등장하지 않고 당대의 뭇 남성들처럼 제인 에어라는 하나의 완전한 개인으로 존재한다. 그와 로체스터의 심한 나이 차이나 결국 로체스터와의 결혼을 선택하는 부분들은 현대에 와서는 아리송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19세기 작품에서 이토록 주체적이고 이레귤러한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제인 에어』를 현대까지도 사랑받는 여성 서사로 손꼽게 만들지 않나 싶다.
브론테 자매들이 써내려간 여성 서사를 좋아한다. 그들의 글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독자의 눈에 ‘살아 있는 인간’으로 보인다. 화를 내거나 소리치기도 하고 남성처럼 욕망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들이 살았던 요크셔의 지역적 특성 탓인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손필드 저택이나 워더링 하이츠는 화려하고 아름답기보다는 어딘가 외롭고 두려운 느낌을 준다. 그런 점이 더더욱 그들의 글을 매력적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글을 쓰는 것도, 글을 발표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시대를 살았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서평을 마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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