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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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97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삶의 방향을 이상하게 틀어버린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평생 그 자각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특정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지만, 자신이 처음부터 꿈꿨던 길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우울하고 만족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한국에서는 에세이라는 장르가 다소 감성적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아마 인기 에세이 매대에서 숱한 유행을 거쳐 갔던 위로용 자기계발서나 여행 에세이 때문일 텐데, 오히려 그런 점이 싫어서 에세이를 읽지 않는 독자들도 많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가 그런 감성 에세이 불호 독자들의 마음을 휘어잡지 않을까 생각한다. 완전한 픽션도, 그렇다고 정보 전달만을 위한 글도 아닌, 에세이만이 가지는 분명한 매력이 있다. 개중에서도 윌리엄 해즐릿의 글은 더더욱 그렇다. 때로는 너무 직설적이지 않은가 싶다가도 격식이 갖춰져 있고, 또 굉장히 외롭고 쓸쓸해 보이다가도 강렬하고 정치적이다. 그가 글에서 들어 보여주는 인간 군상들은 마치 나의 삶을, 또는 가까운 타인의 삶을 보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청춘, 가난, 종교, 위선 등을 소재로 하는 강렬한 에세이 여덟 편을 읽으며 해즐릿의 펜촉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그가 보여주는 인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에 깊게 빠져든다. 특히 종교의 가면은 너무나도 직설적이고 신랄하게 쓰여서, 실제로 살면서 마주쳐 온 위선적 종교인들을 디테일하게 떠올리게 만들었다. 또한 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에서는 굉장한 날것의 언어로 생생하게 표현된 가난의 묘사가 덜컥 가슴을 옥죈다. 거의 200여년 전의 글들이 현대의 상황들과 맞아떨어진다는 점에 묘한 쾌감을 느끼는 동시에, 그만큼이나 그가 인간의 내면이나 본성에 갖는 통찰력이 대단하다는 감탄을 불러온다.

 

p.68 첫인상이 가장 진실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우리는 첫인상을 그럴듯한 말이나 행동에 속아 잊어버렸다가, 결국 대가를 치르고서야 그 사실을 깨닫곤 한다. 한 사람의 얼굴은 오랜 세월이 만든 결과물이며, 그의 삶 전체가 표정에 새겨져 있다.

 

덩어리진 내용으로도 대단하다고 느껴지는데 문장 하나하나마저 기가 막힌다. 어떤 문장은 날카로워 독자를 깜짝 놀라게 만들고, 어떤 문장은 희미하고 사소하면서도 영구적인 흔적을 가슴에 남긴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는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여기에 실린 여덟 편의 에세이로 그의 전반적인 가치관, 인간에 대한 시선이나 지향하는 삶의 방향을 살펴볼 수 있다. 글을 쓴다고 해서 모두 지식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글로서 인간 군상을 이토록 첨예하게 그려낼 뿐만 아니라 당대의 분위기에 반하는 정치적 신념을 거침없이 피력했던 그의 펜이야말로 진정 칼보다 강한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두껍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냥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주석이 잘 달려 있다. 윌리엄 해즐릿의 작품세계를 전혀 모르거나 당대의 시대적 상황, 글 내에 서술된 철학이나 다른 작품을 몰라도 주석을 통해 충분히 글을 이해할 수 있다. 이미 그의 글을 읽어 본 독자에게도, 입문을 원하는 독자에게도 기꺼이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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