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동현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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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183 운이는 수학 시간에 삼각형과 마주할 때마다 늘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삼각형의 세 꼭짓점은 너무나도 날카로웠다. 거꾸로 세워 놓으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았다. 운이에게 있어 이별은 그렇게도 날카로웠다.

 

대부분의 청소년 소설이나 소년만화가 주는 메시지의 핵심이 사실은 너도 특별하다인 것에 비해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의 주인공 운이는 그다지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다. 공부를 잘하지도 않고 친구가 아주 많거나 굉장히 잘생기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문제아도 아니다. 이 책이 청소년 성장 소설이 아니라 학원 로맨스나 액션물이었다면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 지나가는 학생 1로 그쳤을 아이. 살을 빼지 못해 헬스장에 가서는 다소 중2병스러운 길드 모임에 들어가고 가게 일을 돕느라 소개받은 여학생과 만나지 못해 울어버리는 아주 평범하고 흔한 소년이다.

 

반복할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젠젠다, 마음이 진정되는 우추추, 반대로 시간이 느리게 가는 단단디조금은 허무맹랑하고 유치하게 보이는 주문들은 운이가 힘들 때마다 마음을 버티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된다. 사실 그런 주문이 아무 효과도 없다는 것을 독자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간절하게 주문을 비는 운이의 마음이 느껴져 페이지를 넘길 때 괜히 속으로 주문을 같이 외우게 된다. 젠젠다, 젠젠다. 어쩌면 이 주문들의 의미하는 건 어른의 시선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청소년들만의 어떤 마음이 아닐까 싶었다. 어릴 때는 누구나 어디서 주워들은 이상한 미신이라거나 문방구에서 5백 원에 파는 우정 반지의 색깔 따위에 쉽게 마음을 주고 믿어버리게 되니까. 유치하고 무의미해 보여도 어쩔 수 없다. 청소년의 세상이란 그런 법이다.

 

p.201 주문들은 나를 도와 줄 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주문은 엉터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그래서 주문을 거는 거고.

 

살을 빼서 갑자기 잘생겨지고 좋아하는 학생과 이루어진다는 드라마틱한 서사는 없다. 어느날 싸움을 잘하게 되어 운이를 독수리라고 부르며 괴롭히던 아이들을 시원하게 한 방 먹이는 사이다 스토리도 아니다. 그러나 운이의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가득하다. 사랑하는 손주가 오래 살라는 마음을 담아 매일같이 복숭아를 깎아 주셨던 할머니, 운이를 언제나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삼촌과 고모, 멀어지는가 싶다가도 운이의 편이 되어 주는 동수, 조금은 이상해 보이지만 결국은 모두가 자기의 길을 찾고 운이를 응원해주는 블랙 윈도우 길드. 아이들에게는 모두 그렇게 아이들만의 세상이 있다. 아주 특별하거나 특출나지 않아도,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세상 속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성장해간다.

 

남의 애는 금방 자란다더니 페이지가 넘어가는 동안 열셋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운이가 어느새 훌쩍 자라 열여덟이 된다. 글에 걸리는 부분이 없이 술술 읽혀서 짧은 시간에 금방 읽을 수 있다. 그 와중에도 시위하는 노동자라거나 검정고시를 택하는 학교 밖 청소년의 모습까지 섬세하게 담아내는 필력이 근사하다. 운이는 특별한 아이가 아니지만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이라는 운이만의 이야기 하나에서만큼은 결국 주인공이다. 그런 점에서 꽤 다정한 소설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소년들이 1등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세상에서는 그렇게 평범한 주인공으로, 자신만의 주문을 외우며 한 명의 근사한 어른으로 성장해가기를 바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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