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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사랑한 여자들 - 두려움과 편견을 넘어 나만의 길을 가는 용기에 대하여
이예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9월
평점 :

#도서제공
p.303 문학계에서는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받고, 이젠 독자층도 여성이 훨씬 더 많아졌기 때문에, 젊은 여성 작가도, 여성이 주요하게 등장하고 입체적으로 다뤄지는 소설도 더 많이 볼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여자가 사랑한 여자들』이라는 제목은 읽는 것만으로 얼마나 마음을 설레게 하는가. 이 책은 그 속에 담긴 내용으로도 물론 대단하지만 책의 제목을 굉장히 잘 골랐다고 느껴진다. 미소지니에 기반을 두는, 남자의 목소리로 쓰여진 창작물이 만들어낸 ‘여적여’만이 사실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세상에 ‘여자가 사랑한’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선보이는 용기가 얼마나 귀한지 알기 때문에 더 값진 제목이다(다행스러운 것은 집게손처럼 공격받을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그들은 책을 읽지 않으니까…). 허상의 질투와 배척 대신 현실의 연대와 지지를 담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책으로 내보여 주신 이예지 에디터와 위즈덤하우스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책을 폈다.
다양한 직업에 종사 중인 여성들의 목소리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았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 잡지에서는 흔히 봤지만 단행본으로는 보기 드문 구성인데, 오히려 더 술술 읽히고 순서에 상관 없이 골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도 좋다고 느껴졌다. 작가는 물론이고 스포츠 선수, 영화감독, 댄서, 아나운서 등 여러 직업군의 이야기를 담아 많은 여성 롤모델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 근사했다. 『여자가 사랑한 여자들』을 읽고 있으면 이 세상에 대단한 여자들이 너무 많고, 그들에 대한 평가는 너무 많이 낮추어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남성의 작은 성과는 크게 칭찬해주고 여성의 큰 성과는 작게 축소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 정상에 선 여자들의 목소리! 우리 사회에는 언제나 이런 책이 필요했다.

p.88 나이가 많든 적든 언니라고 부르고 싶어지는 포인트가 그거 아닐까요?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고 쓴소리도 하고, 앞장서는 모습이 지금 여성들이 바라는 여성상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자우림의 팬인 관계로 특히 김윤아의 인터뷰를 닳고 닳도록 여러 번 읽었다. 김윤아의 자우림 데뷔가 1997년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밴드 프론트맨이 여성이라는 것이, 여성 뮤지션이 사근사근하게 사랑해달라는 노래를 부르는 대신 밀랍천사 같은 노래를 부르는 일이 얼마나 센세이션한 사건이었는지도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지 않는가. ‘사회가 없으면 예술이 있을 필요가 없다’는 대답에서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여전히 약자를 위해, 사회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래하는 사람. 그가 이 귀한 책의 한 챕터를 장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즐거워하는 동시에, 열다섯 명이나 되는 인터뷰이의 커리어와 가치관을 줄줄 꿰고 있는 이예지 에디터의 사전 조사력에도 수시로 감탄했다.
『여자가 사랑한 여자들』에는 치열하게 살아온 여자들의 삶이 담겨 있다. 300페이지가 넘는 책에 오직 여자들의 목소리가 꽉 차 있다니, 이보다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 새삼스럽게도 이제 문학도 글도 독서도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여성이 출판의 흐름을 선도하는 세상이 왔다. 그런 세상을 만드는 일에 이 책에 실린 여자들이, 이 책을 만든 여자들이, 오늘도 제 자리에서 제 목숨을 열심히 살아낸 여자들이 분명히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어느 여자의 적은 여자일지도 모른다. 여성은 무결하고 흠 없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인간이니까. 그러나 또 어느 여자의 아군도 여자일 것이다. 우리는 이끌어주고 밀어주는 방법을 아니까. 적도, 아군도, 연대하는 동지도, 투쟁하는 대상도, 여자라고 해서 문제가 될 필요가 없다. 사회 어느 곳에서나 여자의 얼굴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원하며 책을 덮었다.
여성들에게, 특히 롤모델이 필요한 여성 청소년들에게 반드시 일독을 권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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