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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역사 1955 2025 - 시민과 더불어 써 내려간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
박혁 지음 / 들녘 / 2025년 9월
평점 :

#도서제공
p.319 그러나 정권교체로 만족할 수도, 기뻐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국민은 이게 나라냐며 현직 대통령을 탄핵했다. 나라에 드리운 그림자가 너무 짙고 국민 가슴에 새겨진 상처가 몹시도 컸다.
책을 받은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책에 북커버를 씌우는 일이었다. 나는 내 서재보다도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책을 읽을 때가 많은데,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이 책을 바깥에 들고 다니기에는 아무래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비겁하다고 말하겠지만 TK에서 민주당 지지자로 살아간다는 건 꽤 험난한 일이다. 탄핵 피켓을 들고 돌아가다가 지하철에서 모르는 영감님께 빨갱이라고 쌍욕을 먹는 일은 겨울 내내 너무 많이 겪어서 면역이 생겼다.
그런 비겁함을 씻어내려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읽고 또 읽고 몇 번이나 읽으며 민주당이 걸어온 70년의 길을 되새겼다. 그리고 600쪽에 달하는, 소위 말하는 ‘벽돌책’ 이라고 할 만한 『민주당의 역사 1955 2025』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간절히 바랐다. 민주당이라고 무조건 옳아서라거나, 오로지 민주당만이 좋은 정당이라서가 아니다. 첫째로는 우리가 민주주의와 진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현대 정치사를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지난 12월 3일 밤 우리 모두가 민주당에게 빚을 졌기 때문이다.
p.582 독재자는 언제나 무자비했고, 조금도 아량이 없었다. 민주당은 때로 흔들렸고, 때로는 쓰러졌다. 그럴 때마다 일어섰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뿌리를 단단히 내렸으니, 이제 마음이 향하는 길을 걸어가도 국민이 바라는 그 길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역사라는 제목을 달고서 시간순으로 사건이 나열되지 않은 구성은 다소 특이하다고 느껴졌으나 읽다 보니 각 장마다 결이 비슷한 사건들이 묶여 있어 이해가 어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탄생, 분열, 통합, 수난, 저항이라는 각 장의 주제가 잘 느껴져서 원하는 주제부만 골라 읽기에는 더 나은 선택 같기도 했다. 4장과 5장을 읽을 때는 마음이 힘들어져서 몇 번이고 책을 덮었다 다시 폈다. 내게는 역사책 속 사건인 독재 정권 시절부터 2025년의 내란 종식까지, 현대사의 많은 굴곡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주의는 한 번도 그냥 공짜로 주어진 적이 없었다. 누군가가 광장에서 피 흘려 얻어낸 결과물이고 그 선봉에 항상 민주당이 있었다. 이건 찬양이나 선동이 아닌 담백한 사실이다. 민주당이 싫어도, 미워도, 아니꼬워도, 이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책은 민주당을 무작정 추앙하고자 하는 책이 아니다. 그런 의도였다면 2장은 굳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책의 각 장 사이에 흑백 사진과 까만 소제목 페이지가 들어 있어 책을 측면에서 봤을 때에 나뉘어진 장의 분량이 보이는데, 2장 ‘분열의 순간’이 얼마나 긴지 3장이나 4장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이런 부끄러운 역사마저도 고스란히 담은 것은 그것 또한 민주당의 역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저자와 민주당과 민주시민들은 그 분열을 딛고 일어서서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지난 겨울밤 동안 ‘깨어 있는 시민’이 비유적 의미가 아니라 ‘진짜로 밤에 눈을 뜨고 깨어 있는 시민’이라는 농담이 생겼다. 1955년 독재와 혼란 속에 창당된 민주당은 그렇게 70년간 한국 정치사에서 ‘깨어 있는’ 역할을 하는 거대 정당이 되었다.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겨울밤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깨어 있던 동지들에게, 한국 현대사와 정치사를 알고 싶으나 어떤 기준으로 무얼 찾아 읽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심지어는 민주당이 꼴같잖아 그들이 70년 중 틈틈이 해온 삽질을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에게마저도 일독을 권하며 출판사의 건승을 기원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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