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올리버
올리버 색스.수전 배리 지음, 김하현 옮김 / 부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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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294 인생에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드물긴 하지만 내 우주에 있는 모든 별과 행성이 나란히 정렬하는 것 같은 때. 이날도 그런 순간이었다.

 

메일과 sns가 보편화된 현대에는 편지라고 하면 으레 문학과 낭만이 떠오른다. 반대로 과학이라는 학문은 굉장히 이성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문학과는 정반대에 있다고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신경과학자였던 수전과 올리버라는 인물은 어쩐지 편지와는 조금 동떨어져 보인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과학은 분명히 낭만적인 학문이다. 올리버 색스의 글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그의 글에서 드러나는 과학은 단지 수치를 재고 따지고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그 무엇보다 닿아 있는 학문에서 세계의 퍼즐을 맞추는 일이다.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아는 두 과학자가 깊은 우정으로 나눠 서로의 세상에서 퍼즐 조각이 된 편지가 디어 올리버에 고스란히 실려 있었다.

 

수전은 어릴 때부터 갖고 있던 사시 때문에 쉰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야 세상을 처음 입체로 볼 수 있게 된다. 입체시 교정은 어릴 때만 가능하다는 정설로 인해 자신의 이야기를 할 곳을 찾지 못하던 수전은 올리버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렇게 둘의 우정이 시작된다. 반대로 올리버는 수전과 편지를 나누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구 흑색종으로 인해 시력을 잃어가며 세상을 평면으로 보게 된다. 두 사람의 세상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그 흑색종은 그의 시각뿐만이 아니라 건강까지도 앗아가며 그를 죽음에 점점 가까워지게 만든다. 그러나 올리버는 좌절하는 대신 계속해서 쓰고 기록하고 연구한다. 책을 읽는 것도 편지를 쓰는 것도 멈추지 않는다. 수전 역시 그를 동정하는 것보다 격려와 위로를 보낸다(무려 두족류 봉제 인형으로).

 

p.293 올리버는 호기심을 보이며 저를 면밀히 살폈지만, 그와 동시에 늘 친절했고 종종 재미있었습니다. 저를 대상화하거나 내려다보는 일은 절대로 없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올리버는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의 이야기에서 본질에 가 닿을 수 있었습니다.


둘의 편지에서는 끊임없이 올리버와 수전의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관련 지식이 있거나 두 사람의 기존 저서를 읽은 독자라면 좀 더 이해가 쉬울 듯하다. 다행스럽게도 대학 시절 뇌신경을 지겹게 공부한 입장이라 신경가소성이나 뇌에 관련된 이야기는 비교적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시각의 상세한 부분들, 음악, 원소, 오징어들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곱씹어가며 읽어야 했다. 나중에는 갑오징어에 정이 드는 기분마저도 들어 올리버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뿌듯함마저 들었다.

 

또한 두 과학자가 편지로 나눈 삽화가 고스란히 삽입되어 있는데다 편지 원본을 스캔한 부분들은 서명이나 수정한 흔적까지도 그대로 드러나 독자들의 몰입도를 더욱 높인다. 어느 때에는 타자기로, 어느 때에는 알아보기 힘든 손글씨로 쓰인 편지들을 보며 이 문장들에 꾹꾹 눌러담은 희망이 얼마나 크나큰 것인지 가늠하다 보면, 이 편지는 단순한 안부인사가 아니라 그들의 삶에 대한 예찬이자 기록이고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소통의 흔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둘의 세상은 10년간 써내려간 150통의 편지를 품은 페이지들만큼 넓어지고 다정해졌다.

 

인간은 누구나 늙어 죽음을 맞이한다. 그 과정에서 몸의 주도권을 잃거나 어떤 감각이 손상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끝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줄 친구가 있다는 건 얼마나 기쁜 일일까. 그들만큼 대단한 이야기는 하지 못하겠지만 오랜만에 친구에게 편지를 써볼까 싶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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