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딩 - 그곳에 회색고래가 있다
도린 커닝햄 지음, 조은아 옮김 / 멀리깊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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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9 나는 내가 감당할 만한 삶을 꾸리는 데 실패했고, 우리 가족을 부양하기에 충분한 돈을 버는 데 실패했고, 남들처럼 그럭저럭 살아가는 데 실패했다. 나는 매번 사랑에 처참하게 실패했고, 이번 여행이 얼마나 멍청한 생각인지를 미리 알아차리는 데도 실패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연을 흔하게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바다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 위해 배 위에서 망망대해를 떠다니거나 지구 반대편을 보기 위해 목숨을 건 탐험을 나서야 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럼에도 도린 커닝햄의 사운딩이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까닭은 이 글이 단순히 자연을 관찰하고 보여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흔들린 삶을 다시 기워내 살아가는 한 여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실직자였으며 싱글맘이었다. 출산과 양육권 분쟁은 저자로부터 일자리와 금전을 앗아갔다. 보통은 좌절에 빠지거나 생계를 유지하려 허덕일 만한 상황에서 저자가 향한 길은 다름 아닌 회색고래를 보러 가는 일이었다. 그것도 대출을 받아서, 아이를 데리고. 다소 의아하고 황당한 상황 속에서 저자의 여정은 시작되고 독자는 거대한 자연 속으로 저자와 함께 빠져든다.

 

p.198 해빙은 내 마음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내 방어를 무너뜨리고 내 자립을 위협했다. 도망칠 곳이 없었고, 내가 그들의 해빙과 그들의 고래와 그들의 공동체에서 간절히 얻고자 하는 게 빌리에게 있었다. 나는 도망치는 습관을 포기해야 했다.

 

사운딩의 서사는 다정하다. 이리저리 흔들리고 치이고 스스로 실패했다고 여기던 저자가 다시 삶을 마주해 하나의 인간으로, 여성으로, 어머니로 살아남는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설명이 친절하다. 환경이나 고래, 이누이트나 포경꾼의 삶은 전혀 모르는 독자들도 이해하는 데에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기자의 눈으로 본 자연을 굉장히 객관적이고 자세하게 그려낸다. 아름다움을 막연히 찬양하는 대신 직업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곳을 탐험하는 이들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카롭다.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기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를 적나라하게 말한다.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은 기후 위기로부터, 싱글맘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이누이트와 같은 소수 민족들을 향한 차별로부터 결코 무결하지 않다. 오히려 그 불편함을 꼬집어주는 점이 사운딩의 큰 매력이다.

 

도린은 기자 시절의 고래잡이 취재에서부터 지금의 회색고래 여행까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아이를 포기하지도 않았고 삶을 내려놓지도 않았다. 그의 어머니보다도, 전 남자친구보다도, 그를 힘들게 한 그 누구보다도 도린은 앞서 있는 사람이었다. 책의 마지막 챕터는 다음과 같은 단락으로 끝난다. ‘나는 여성이고 인간이며 동물이다. 나는 물속에서 아이를 낳았다. 우리는 고래들에게 노래를 불러줬다. 그들의 숨소리를 들었다. 바다의 소리를 들었다. 이 책은 내가 들었던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도린은 자신이 들은 것을 토대로 세상에 이 책을 내보였다. 그렇다면 인간이며 동물인 독자들은 고래의 숨소리를, 바다의 소리를, 싱글맘과 소수민족의 목소리를, 기후가 지르는 비명을 마땅히 들어보아야 할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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