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에 손을 넣으면 - 제11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사계절 1318 문고 149
김나은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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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18 이제껏 바다를 유영하며 살아왔기에, 누군가를 위해 한자리에 오래 가만히 서 있는 일은 무척 낯설었다. 유나를 만나고 연구소로 돌아오면 나는 그날 유나의 손이 닿았던 부분에 조심히 손을 올려 보았다.

 

최근에는 sf 장르를 읽을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인류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주를 탐험해왔고 과학은 수없이 발전해왔으며 AI는 마치 인간처럼 사유한다. 픽션이 더 이상 픽션이 아니게 된 세상에서, 작가가 구태여 픽션의 세계관을 빌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무슨 말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11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에는 표제작인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을 포함해 총 5개의 sf 단편이 실려 있다. 작품을 모두 읽고 나면, 독자는 생각 외로 손쉽게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섯 개 단편의 공통점은, ‘와는 조금 다른 다양한 존재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 존재들은 우주의 다른 행성에서 온 생명체이거나 죽었다가 살아난 유령이기도 하고 똑똑한 로봇이기도 하다. 조금 더 평범하게는 학급의 친구이거나 짝사랑 상대일 때도 있다. 글의 주인공들은 그러한 타인과 함께 살아가고 때로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한다. 친구로서, 연인으로서, 가족으로서. 그들을 규정하고 싶지 않으므로 어떤 단편이 확실히 어떤 형태의 사랑으로 느껴지는지는 이 서평에서 논하지 않겠다. 읽는 이들마다 누구는 그들이 연인이라고 느낄 것이고 누구는 가족이나 친구라고 느낄 것이다. 어쨌거나 그들은 교감한다.

 

p.85 나는 배려받고 있는 이 기분이 너무 역겨워서 견딜 수 없었다. 너무 투명해서 아름답고 너무 투명해서 전부 깨뜨리고 싶었다. 나는 세나 같은 아이에게 상처 주는 방법을 잘 알았다.

 

더 이상 픽션이 픽션이 아니게 된 세상.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사실을 밝혀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렇게 탐구하고 파헤치고 찾아내 마주치게 된 모든 것을 우리가 과연 사랑할 수 있는지가 아닐까. 한편으로는 바로 옆에 있는 사회 구성원들을 많은 이유로 배척하고 혐오하면서 같은 인간보다 더 낯선 것을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의 작품들이 사랑스럽다. 나와 다른 존재와도 교감할 수 있다는 희망. 이 작품집의 단편들에는 그런 사랑들이 녹아 있다. 배척하고 공포스러워하고 낯설어하는 것만이 본성이 아니다. 사랑하고 교감하고 그들을 가족, 친구, 연인, 나와 동등하게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상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본성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나란한 두 그림자의 윤화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마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소수자들, 예를 들어 어떤 지향성, 어떤 종교, 어떤 인종이라고 생각하면 윤화의 이야기는 뼈저리게 괴로울 만큼 현실적이다. “사실 너도 내가 어딘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인정받지 못하는 비주류의 청소년의 대사로 이보다 더 날카로운 말이 있을까. 그럼에도 윤화에게는 연우가 있다. 비록 조금 서툴러 상처를 줬을지언정 윤화의 연락에 한달음에 달려나가 미안하다고, 그냥 너와 함께 일상을 살고 싶었을 뿐이라고 눈물로 사과할 줄 아는 연우가 있다.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의 의의는 그런 존재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법을, 아가미에 손을 넣는 방법을 배워가는 이들.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이 책을 통해 그 방법을 배우기를 소원한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의 아가미에 기꺼이 손을 넣을 수 있기를.

 

 

*본 리뷰는 사계절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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