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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 - 연쇄살인범의 딸이 써 내려간 잔혹한 진실
에이프릴 발라시오 지음, 최윤영 옮김 / 반타 / 2025년 6월
평점 :

#도서제공
p.209 아빠와의 관계가 그때를 계기로 완전히 달라졌다. 수년간 지속되어 온 의심이 내 두뇌 위에 씌워놓았던 막을 뚫고 나갔다. ‘사랑하는 아빠’ 그리고 ‘나쁜 짓을 서슴지 않던, 우리와 함께 살았던 사람’을 분리해둔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에이프릴 발라시오의 책 『기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의 프롤로그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책은 딸과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이 문장을 처음 보는 많은 사람들이, 그 다음으로 이어질 내용은 따스한 부성애라거나 안락한 가정에 대한 이야기이리라고 예상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연쇄살인범의 딸인 작가가 써내려간 고발이다. 가정폭력과 학대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목소리이며, 미제사건의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진심을 다한 위로였다.
책을 펼치면 대개 단번에 끝까지 읽는 편이지만, 이 책은 1장을 읽는 내내 몇 번을 쉬어가며 읽어야 했다. 아버지의 학대가 굉장히 사실적이고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읽는 내내 속이 좋지 않을 정도였다. 1장을 끝까지 읽고 나서는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는 등장하지도 않았는데도 책의 장르가 소설이 아닌 에세이라는 점이 괴로워졌다. 저자가 이 경험을 글로 풀어내기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고통 속을 헤맸을지 생각해보면 페이지 한 장 한 장이 무겁게 느껴진다.
p.245 겉보기에 나는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는 평범한 소녀였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우리 가족 모두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저자와 형제자매들을 향한 학대 서술이나 아버지 에드워드의 살인 행각, 저자가 아버지의 범죄를 파헤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 모두가 생생했고 괴로운 동시에 흥미로웠지만 사실 가장 강렬했던 대목은, 피해자의 아버지인 데이브가 가해자의 딸인 저자에게 ‘아빠를 신고하는 고통을 겪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성인군자라 해도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저자를 원망하고 질책하는 쪽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데이브는 오히려 저자에게 위로를 건넨다. 저자가 끊임없이 자신이 사랑한 아버지와 폭력적인 범죄자 에드워드 사이의 괴리감으로 괴로워했던 점을 생각해보면 데이브와 에드워드가 더욱 극명히 비교된다. 사실은 데이브가 정말로 아버지다운 아버지가 아닐까. 돌아오지 못하는 아들과 그런 아들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를 신고해야 했던 에이프릴. 둘을 모두 가슴에 묻은 것만 같은 아버지 데이브의 마음이 나는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은 재미있다. 가정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없으면 단순한 범죄 시사 프로를 보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어렸던 저자의 학대받아 지친 마음에 공감과 위로를 보내며 진지하게 읽어볼 가치도 있다. 그러나 감히 이야기 바깥의 내가 재미있다고 표현해도 될 책인지는 모르겠다. 책을 덮고 나서도 많은 생각이 든다. 학대의 피해자이자 방관자였던 저자의 어머니에 대해서도, 아버지를 신고한 첫째를 비난하는 형제자매들과 살인자의 딸이라는 이유로 배척하는 지역사회도, 좋은 사람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아 보이는 남편에 대해서도. 그러나 저자가 가족들을 비난 속에 내던지기 위해 이 글을 쓰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하므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줄인다. 여러모로 괴로운 동시에 손에서 도저히 놓을 수 없는 책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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