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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집
정보라 지음 / 열림원 / 2025년 5월
평점 :

#도서제공
p.178 부모가 없어도, 부모가 다쳐도, 부모가 아파도, 부모가 가난해도, 부모가 신뢰할 수 없는 인격을 가졌거나 범죄자라도, 아이들은 그런 부모와 상관없이 자라날 수 있었다. 아이의 삶은 아이의 것이었다.
정보라의 글에는 언제나 혁명이 있다. 활자 사이사이마다 연대가 녹아 있고 문장의 마침표마다 인권이 스며들어 있다. 이번 작품의 소개를 읽었을 때도 비슷한 기대를 했다. 아동 돌봄은 가정과 개인의 몫인가, 아니면 국가의 몫인가? 국가가 돌봄을 책임진다면 국가는 그 아동에 대한 권리를 얼마나 가지는가? 애초에 아동에 대한 권리라는 것이, 누군가(설령 생물학적 친부모나 양육에 지대하게 기여한 보호자라고 해도)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인가? 정보라가 그 의문을 통쾌하게 꿰뚫어 내보이기를 기대하며 페이지를 펼쳤다.
『아이들의 집』은 국가가 아동의 돌봄을 책임지는 어느 근미래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다. 무정형과 정사각형, 표와 관, 가루와 색종이…. 여러 인물들이 그려나가는 이야기는 비현실적인 동시에 괴로울 만큼이나 현실적이다. 소설은 다소 특이하고 께름칙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시체에 물을 주고 벽이 줄어든다고 믿는, 정신이 온전치 않아 보이는 여성. 당황스러운 도입부에도 불구하고 정보라 특유의 늘어짐 없는 전개와 흡입력이 독자를 순식간에 이 오묘한 스릴러 속으로 끌어들인다.
p.89 모든 돌봄은 국가와 공동체의 책임이다. 그런 철학에 기초하여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기 때문에 이름부터 ‘아이들의 집’인 것이다.
얼핏 보면 그저 근미래 SF인 동시에 미스터리인 소설 속에는 너무나 많은 현실이 녹아 있다. 아동 학대, 입양가정, 공공 주택, 사이비 종교의 여성 신도 성착취와 가스라이팅, 정신질환, 해외 입양을 빙자한 아동 인신매매, 동성혼에 대한 갑론을박…. 형제복지원이나 JMS 등 실제로 발생한 사건들이 떠오르는 묘사가 소설 속에서 펼쳐진다. 이런 경우 보통은 작가가 단순히 모티프를 얻었겠거니 생각하게 되지만 정보라는 다르다. 정보라는 언제나 그 현장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말하는 소설 속의 투쟁과 인권, 연대와 사랑은 조금 특별하게 느껴진다. 직접 투쟁하고 목소리를 내 본 작가의 경험이란 얼마나 값진 것인가. 정보라의 투쟁은 때로는 현실에서, 때로는 원고지 위에서 이루어진다.
내게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고르라면 그 수많은 고발들을 뒤로하고서 서평 맨 위에 발췌해 둔 문장을 고를 것이다. ‘아이의 삶은 아이의 것이었다.’ 아동복지의 슬로건으로 이보다 더 훌륭할 게 있을까? 아이의 삶은 아이의 것이다. 어른들에게는-또는 국가에게는- 그 아이를 건강하게, 행복하게, 독립된 하나의 성인으로 길러내 아이의 삶을 살아가게 해 줄 의무가 있다. 이게 아동복지의 근간이다. 보호자가 장애인이었던, 사이비 종교에 세뇌당한 신도였던, 입양한 양부 또는 양모였던 무정형, 색종이, 가루와 표와 관에게도 그런 삶이 있었다. 부모의 삶과 별개로 아동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작가가 이 글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도 결국 그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광장은 흩어졌지만 아직도 소란스러운 6월이다. 많은 투쟁이 존재하고 또 그만큼 많은 연대가 존재한다. 한국은 저출생 해결에만 급급하지 이미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복지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이들의 집』이 그런 사회에 경종을 울려 주는 작품이 되기를 바라며, 작가가 보여준 연대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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