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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 편지
김미리.귀찮 지음 / 밝은세상 / 2025년 4월
평점 :

#도서제공
p.99 또 한 번 생각했습니다. 그 부러움은 해소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요. 만물이 궁금해 이름을 찾아보고, 만져보고, 용도를 찾아 이리 쓰고 저리 써보며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 작가님만이 터득할 수 있는 삶의 요령일 테니까요.
시골살이, 낭만, 글, 편지를 좋아한다면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시골도 글도 좋아하지만 특히 편지를 좋아한다. 별로 대단한 내용을 쓰는 일은 없지만 일상을 꼭꼭 눌러 쓰고는 왁스를 녹여 실링을 찍어 봉하고 나면, 무언가 대단한 사랑과 정성을 담은 듯한 기분이 든다. 나와 같은 독자라면 이 책을 반드시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일단 나는 김미리와 귀찮, 두 작가에게 홀리고 말았다.
자연과 편지의 공통점은 조금 느리다는 것이다. 당장 오늘 무언가를 해도 오늘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 약간은 느린 낭만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주일 중 이틀 정도를 수풀집에서 보내는 김미리 작가와 문경에서 살아가는 귀찮 작가의 편지를 엮은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에는 두 작가의 다정한 안부와 조금은 불안한 시골살이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페이지를 넘기며 독자는 어쩐지 그들의 계절을 함께 살아가는 기분이 된다.
p.239 일상을 지켜주는 소중하고 감사한 분들로 인해 우리도 무탈히 긴 터널을 지나왔으니 다가올 따스한 날들을 만끽합시다.
두 작가는 시골이 미디어에서 그리는 것처럼 편안하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당연히 도시보다 부족한 것도 많고, 손도 더 많이 간다. 날씨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도시에서는 슬리퍼를 끌고 갈 수 있는 거리에 마트와 편의점이 널렸는데 시골에서는 차를 끌고 간 마트에도 필요한 물건이 없어 헤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골의 자연이 가지는 매력에 대해 김미리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살아서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다니 참 좋다’라고. 생명력이 넘치는 새들을 보며 작가가 벅차게 쓴 문장을 오랫동안 되새기다 보면 책 바깥의 나도 어쩐지 같이 마음이 벅차오른다.
살아 숨쉬는 자연과 살을 맞대며 살아가는 두 작가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따뜻하다. 자극적인 사건이나 커다란 미스터리가 없어도 술술 읽히는 좋은 글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에 온기가 돌고, 때로는 어떤 모양의 불안이 나의 것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위로받기도 한다. 소망이도 마루에게, 그리고 김미리 작가와 귀찮 작가에게 좋은 일만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언니들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것만 같은 상냥한 이야기를 곱씹으며, 함께 온 씨앗 연필을 부지런히 쓰고서 토마토 씨앗을 심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