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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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44 시간이 절대적인 세계는 위안거리가 있는 세계다. 사람들의 움직임을 내다볼 수는 없지만 시간의 움직임은 내다볼 수 있으니까. 사람들을 의심할 수는 있어도 시간을 의심할 수는 없으니까.

 

책을 읽기 시작해서부터 덮을 때까지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인슈타인의 꿈은 혁신적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과학과 문학 사이를 넘나든다. ‘시간을 주제로 하는 짧은 챕터들로 구성된 한 권의 책이, 우리 인생의 여러 가지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단순히 문학이라기에는 너무나 과학적이고, 그저 과학이라기에는 너무나 철학적이다.

 

매일의 꿈에서 시간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 빠르게 흘러가거나, 느리게 흘러가거나, 되돌아가거나, 멈추거나, 영원하거나… …. 가지각색의 시간들 속에서 사람들도 그 시간을 살아가는 방법을 저마다 터득한다. 빨리 가는 시간을 쫓아가기도 하고 느린 시간을 여유롭게 살기도 하며, 시간이 빨리 가는 중심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아주 높은 곳에 집을 짓기도 하고 영원을 각자의 방법으로 사는 나중족과 지금족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특이한 시간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얼핏 보면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현실에 이렇게 별난 시간들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문장 하나하나를 오래도록 곱씹다 보면 단지 시간만이 특이할 뿐,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마치 현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뭐든지 빨리빨리 해치우거나 모든 것을 미루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모습도, 정신을 차려 보니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있는 모습도 마치 평범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p.84 그보다는 산들바람이 머리칼을 스칠 때 어떻게 살랑이는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상대방을 똑바로 쳐다보며 손을 힘 있게 잡는다. 그런 사람들은 젊은 시절과 마찬가지로 가벼운 걸음걸이로 걷는다.

 

아인슈타인의 꿈만이 가지는 특별함은 이렇게 과학적이면서도 묘사가 섬세하고 문체가 수려하다는 점이다. 그 꿈에서 등장하는 특정 시간을 굉장히 알기 쉽게 논리적으로 설명하면서도 자연이나 인간의 마음을 말할 때는 다정하고 황홀한 표현을 사용한다.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다음 페이지를 궁금해할 수 있는 이유도 그런 까닭이다.

 

몇 번을 반복해 읽어도 매번 더 깊은 감상을 갖게 되는 책이었다. 앨런 라이트먼이 써낸 경이로운 시간들 속에서 이 두근거리는 마음이 다 빠져나오려면 꽤 오래 걸릴 듯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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