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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민트 맛 소녀시대 - 20세기 소녀의 레트로 만화영화 에세이
백설희 지음 / 참새책방 / 2025년 3월
평점 :

#도서제공
p.137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은 전부 어딘가로 가는 것일까. 우리가 사랑했던 동네는, 내가 아끼던 그 완구는 전부 어디로 갔는지.
정식 학술 용어는 아니지만 종종 쓰이는 말 중에 ‘투니버스 세대’라는 말이 있다. 출생년도로 가르는 밀레니얼이나 젠지, 시대배경으로 나누는 에코나 N포세대처럼 투니버스, 즉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전성기였던 200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이 세대에 해당하는 80~90년대생의 어린 시절은 그야말로 만화영화의 황금기였다. 아침의 공중파부터 야심한 시각의 만화 채널까지, 온갖 애니메이션이 쏟아져 나왔다. 『나의 민트 맛 소녀시대』에는 그 세대의 낭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달의 요정 세일러 문》, 《카드캡터 체리》, 《꾸러기 수비대》 … 동시대를 살아온 작가가 풀어놓는 추억 이야기 속으로 독자들은 순식간에 빠져든다. 책을 펴는 동시에 독자는 퇴근 후 책상 앞에 앉은 어른에서 순식간에 TV 앞에 엎드린 어린아이가 된다. 아무리 놀라운 반전이나 흥미로운 복선도 이길 수 없는 ‘공감’이라는 가치가 『나의 민트 맛 소녀시대』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단순히 만화 이야기를 하는 에세이에 그치지 않고, 방과 후 싸구려 간식을 물고 반질반질한 캐릭터 책가방을 끌어안고서 TV 속 마법소녀들을 하염없이 동경했던 어느 여름날의 시간 속으로 독자의 손을 잡고 뛰어드는 책이다.
p.101 앞서 말한 <슬램덩크>에서 다루는 농구나 여타 다른 만화영화들로 접한 축구, 야구 등은 남자아이들의 전유물이 되었는데, 왜 <피구왕 통키>의 피구는 여자아이들의 것, 그것도 우리가 스스로 쟁취한 스포츠가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지는’ 스포츠가 된 걸까?
동시에 작가는 애니메이션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성별 고정관념을 꼬집는다. 사회에는 마법소녀와 순정만화는 여자아이의 것이고 로봇과 스포츠는 남자아이의 것이라는 편견이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작가는 「남자아이의 로망? 아니, 모든 어린이의 로망!」이라는 챕터를 통해 여성도 얼마든지 스포츠나 공룡, 로봇같이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소재들을 좋아하고 꿈꿀 수 있음을 말한다. 이런 점이 이 에세이를 더 트렌디하게 만든다.
페이지를 넘기며 추억에 울고 웃고, 맞아 나도 이 만화 좋아했는데! 하고 무릎을 치거나 깔깔거렸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며 추억은 모두 잊어버리고 재미없게 나이먹고 있다고 생각이 들 때,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았던 어린 시절의 마음을 되살려주는 책이다. 읽는 내내 동물원의 노래 《혜화동》이 생각났다.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나를 마음껏 꿈꾸게 했던 어린 날의 사랑하는 캐릭터들을 다시 떠오르게 해 준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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