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의 과학자 - 망망대해의 바람과 물결 위에서 전하는 해양과학자의 일과 삶
남성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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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42. 확실한 건 미지의 바다가 나를 끌어당기고 있으며 그렇다면 나는 속절없이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자연과학이 그렇지만, 해양과학이라는 분야는 특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 일상에서 접할 일이 거의 없어서가 아닐까? 나도 바다는 꽤 좋아하는 편이지만 해양과학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키오스트의 심볼 마크가 고래 꼬리라는 것 뿐이다(이마저도 해양대를 나온 후배의 자기소개서를 봐줄 때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바다 위의 과학자를 펼칠 때의 마음은 좋아하는 바다 이야기를 잔뜩 보게 되리라는 두근거림 반, 해양과학이라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반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바다 위의 과학자에는 해양과학자인 저자가 배를 타며 겪은 일의 기록들부터 바다와 항해에 대한 상식, 우리가 생태계와 해양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지에 대한 지향점 등 아주 다양한 바다 이야기가 들어 있다. 걱정이 무색하게도 상냥한 설명들이 일상적인 어투로 쓰여 있어서 해양과학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마치 그의 항해에 동참한 기분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과학자의 책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문학적인 문장들이 많았다. 단순히 과학적 사실을 나열한 책을 읽는다기보다는 바다를 아주 사랑하는 사람의 일기장을 몰래 엿본 기분이 들었다.

 

p.143 바다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고, 우리는 이제야 조금씩 수면 아래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노력과 다른 과학자들의 노력이 심해를 비추는 빛이 되길 바란다.

 

누구나 어릴 때 한번쯤 항해를 꿈꾼다. 80일간의 세계일주, 로빈슨 크루소, 보물섬같은 책들을 읽으면서 말이다. 아주 큰 배에 타서 넓은 바다를 여행하거나 해적을 만나거나 무인도에 표류하거나 엄청나게 커다란 물고기를 잡거나… …. 누가 뭐래도 바다는 낭만의 영역이다. 이 책은 정말로 바다를 탐험해 본사람이 말하는 낭만으로 가득 차 있다.

 

대개 이성적 이미지로 대표되는 과학자의 책을 읽고 감성적인 낭만을 얘기하는 게 조금 아이러니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는 과학자가 무엇보다도 낭만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서울대에서 과학을 전공할 만큼 공부에 집념이 있다면 흔들리는 배의 침대에서 굴러떨어지지 않아도 되는, 몸이 더 안락하고 편한 직업이 얼마나 많은가. 소위 말하는 스카이 자연대를 갈 성적이면 지방 의치한약수를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경향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런 세상에서 해양학으로 학석박 학위가 모두 있는 저자의 이력을 보면 자연히 이 사람이야말로 정말로 바다가 부른,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저자가 바다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들을 곱씹다 보면 바다를 좀 더 열심히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가능성을 품은 바다를, 이제야 조금씩 들여다보게 된 수면 아래를 나태하게 등한시하거나 환경 문제로 파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저자와 같은 해양과학자들의 역할이 바다를 탐험함으로써 더 넓고 더 깊은 곳을 파헤치며 해양과학의 발전을 선도하는 것이라면 이 책을 읽는 우리의 역할은 그들이 찾아낸 바다를 깨끗하게 보존하고 사랑하여 바다가 바다 그 자체로 빛날 수 있게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푸른 별 지구가 계속해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말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바다위의과학자 #남성현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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