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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우리
심아진 지음 / 상상 / 2025년 2월
평점 :

#도서제공
p. 75 그러나 이름 불렀어야 할 순간은 금방 유야무야 흩어진다. 사랑을 제외한 생의 온갖 잔여물이 나른한 잠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심아진의 『안녕, 우리』에는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단편 하나하나마다 이야기와 인물들이 너무 흥미로워서 다 읽고 나서는 이걸 제발 장편소설들로 다시 내달라고 빌고 싶은 마음이 되었다. 그래서 성준과 은비는 어떻게 되었는지, 사모들과 유리 엄마는 앞으로도 그런 관계를 유지해갈지, J나 L이나 K나 그 수많은 여자들은 계속 그 남자를 사랑할지… 너무 많은 궁금증이 생겼다. 그만큼 흡입력이 좋고 스토리가 특색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차휘랑이라는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었다. 젊은 나이에도 특이한 말투를 쓰고 미신을 지나치게 믿으며, 심지어 그게 제법 효험이 있기까지 한 청년. 아주 비현실적이지는 않아서 어디엔가 있을 법하면서도 너무나 독특해서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할 것 같은 캐릭터. 심아진의 소설에는 그런 미묘한 일상이 담겨 있다. 분명 마주치기 쉽지 않은 사건인데도 마치 별 것 아닌 것처럼 굉장히 담담하고 차분하게 쓰여진 글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도 넋을 놓고 그 특이한 인물들의 일상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p.192 넘쳐 난 사랑은 가끔 길을 잃기도 합니다, 당사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심아진의 글은 마치 슴슴한 반찬 같다. 맵고 짠 메인 요리처럼 엄청나게 극적이거나 강렬하고 볼륨이 큰 사건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물이나 밥처럼 아주 맹맛이어서 밍밍하고 질리지도 않는다. 태연하면서 날카롭고 차분한 동시에 예리하다. 담백한 문장이 모이고 모이다 어느 순간 정확하게 그 상황과 감정을 관통하는, 마치 벼락처럼 내리꽂히는 묘사가 느리고 차분한 문장들을 뚫고 들이닥치는 순간 그 슴슴함에 잉크가 한 점 탁 떨어진 것처럼 글이 꽉 채워진다.
『안녕, 우리』에는 ‘개인’이 살아있다. 아주 완전무결하거나 아주 구제불능이지 않은, 마치 옆집이나 아래층에서 실제로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현실적인 개인들이 모여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어떤 사건을 맞이하며 변하기도 하고 변하지 않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인 동시에 또 다른 곳에서는 나쁜 사람이기도 하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 즉 ‘사람’의 이야기를 이토록 매끄럽게 풀어내는 작가의 필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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