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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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을 일컬어 사기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사기란 정치꾼이나 장사꾼의 그것과는 달리 아주 애교 있고 악의 없는, 그래서 우리의 정서 함양에 매우 유익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예술은 사기이되 이유가 있는 사기인 것이다. P.49

 

 나와 같은 세대를 살면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책깨나 읽었다는 사람이라면 물론이고 학교 숙제 없이는 도서관 방향은 쳐다도 안 보던 사람까지도 유홍준 교수님의 성함은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시리즈는 명실상부 한국 학생들의 훌륭한 역사 참고서였으며 문화와 세상에 대해 눈을 트이게 해주는 길잡이었다. 그래서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의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역사의 길잡이었던 분께서 이제는 인생의 길잡이도 해주실 모양이라고 우스갯소릴 하며 출간을 기다렸다.

 

 처음 이 잡문집의 제목을 들었을 때는 단순히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와 라임을 맞춰 지은 게 위트있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어쩌면 이 책에 담긴 내용도 하나의 문화유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말 그대로 유홍준 교수님께서 한국의 지식인이자 사학자, 민주운동가로 살아온 인생만사를 담은 책이었다. 단순한 자서전이나 회고록과는 달랐다. 교과서에서, 또는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유물과 유적의 이야기들보다도 더 깊고 더 진실된 한국 근현대사가 이 책에 녹아있었다.

 

 서평을 쓰면서 책 바깥의 이야기를 한다는 게 황당할 수도 있지만, 책을 처음 받아 읽었을 때와 지금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읽고 있는 사이 모두가 알다시피 세상 시국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아마 교수님도 이 글들이 세상에 나올 때 이런 상황이 될 줄은 꿈에도 모르셨을 것이다. 그럼에도 마치 예견이라도 하신 것처럼,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에는 많은 민중들이 등장한다. 민중화가 신학철과 오윤, 민중시인 김지하, 해동건설 고 박형선 회장. 특별히 대단한 이야기는 아닌데도 나는 그들의 작품, 그들의 인생을 읽으며 별안간 가슴이 찡해지고 말았다.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고 따로 찾아보지 않으면 어디서 듣기도 힘든 이야기들을 민중이 절실해진 지금 이 순간 교수님께서 책으로 묶어 세상에 내놓으심으로써, 그들의 운동과 삶은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다시금 우리 세대로 이어진다.

 

 물론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는 운동 역사서가 아닌 말 그대로 교수님의 인생이 담긴 잡문집이라 백두산이나 일본 답사를 다녀온 후기도 실려 있고 한국의 문화재나 예술, 글쓰기 조언도 실려 있다. 그럼에도 시국이 시국인지라 내게는 어떤 민중들의 이야기가 가장 와닿았다. 지성은 조롱당하고 투쟁은 헐뜯기며 정의로운 길을 가는 사람들이 되려 사과하고 비난받는 세상에서 어른다운 어른, 인간다운 인간이 무엇인지 가슴 깊이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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