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12 우리의 기억 역시 선명히 빛나는 새로운 것들만 남고 모두 사라져버릴 것이다. 감사하게도 서윤빈 작가님의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을 출간 전에 접할 기회가 생겼다. 샘플북에 공개된 원고는 아주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훅 끌어당기는 흡입력이 있었다. 배경은 어떤 미래, 장기는 임플란트가 대체하고 영생은 돈으로 가질 수 있게 되었으나 사랑은 여전히 사랑인 시대. SF이고 디스토피아면서 동시에 로맨스인 소설. 그런 시대의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런 세상의 죽음은 현재의 죽음보다 더 억울하거나 더 서글프지는 않을까? 아니면 오히려,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사람과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편안할까? p.29 이 시대에도 영생은 이론에 불과하다. 인스타그램 서평의 메인 이미지는 항상 그 책에서 가장 강렬하게 남은 문장을 고른다.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을 전부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읽어본 부분 중에서 내 마음에 가장 깊게 들어온 문장은 이것이다. 무려 발췌 이미지를 캘리그라피로 제작했을 만큼이나. 영생이 이론에 불과한 시대. 다시 말해서, 이론적으로는 영생이 가능한 시대. 그런 시대에 주인공은 그 영생을 금전적 이유로 포기하는 사람들을 유혹해 유산을 받는 방법으로 돈을 번다. 장기 임플란트를 돈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이라는 점을 다시 되새긴 후 읽으면, 장기와 영생뿐만이 아니라 사랑과 감정마저도 돈으로 얻는 세상이 된 것 같아서 이 부분이 어쩐지 묘하게 느껴진다.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은 삶과 사랑, 죽음과 영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짧은 샘플북으로도 본작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리는 필력과 흡입력에 감탄하며, 서윤빈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래빗홀 (@rabbithole_book)의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샘플북을 제공받은 뒤 솔직하게 작성한 기대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