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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점심시간 ㅣ 다봄 어린이 문학 쏙 5
렉스 오글 지음, 정영임 옮김 / 다봄 / 2025년 1월
평점 :
불편한 점심시간
렉스 오글 글

주인공은 렉스 오글
폭군 같은 새아빠와 정서적으로 불안한 엄마 밑에서 3살배기 동생 포드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렉스는 새학기가 시작되어 새로운 마음으로 들뜨지만 첫날 점심시간 엄마는 렉스의 이름을 무료 급식 프로그램에 등록해 놓았다고 했다. 계산원은 하필 나이 많은 아주머니라 렉스를 주목받게 할 정도로 목소리도 커서 렉스는 본인이 무료 급식 프로그램에 등록된 렉스 오글이라는 사실을 크게 말하게 되면서 새학기부터 망했다는 마음을 가진다.
38쪽
급식 식당에 혼자 앉은 건 나뿐이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친구들과 같이 앉아 있었다. 올해는 굉장한 해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데개학 첫날인데 이미 모든 게 너덜너덜해졌다. 어제는 몹시 설렸는데 분노와 짜증이 뒤범벅된 외톨이가 돼 있었다. 이렇게까지 된 건 도대체 뭣 때문일까? 난 시퍼렇게 멍든 눈을 하고 학교에 와서 점심을 공짜로 달라고 구걸해야 했다. 이건 말도 야당의원. 누구도 지원금 받는 걸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을 거다. 특히 아이들은. 이제 내가 비렁뱅이이라는게 모두에게 까발려졌다. 원래 올해는 멋진 한 해가 돼야 했다. 그런데 벌써 글러 먹은 것 같다.
가난은 이렇듯 사람을 비참하게 하고, 아무것도 할 수없는 사춘기 청소년에게는 더 나빠지라고, 탈선하라고, 그게 네가 살길이라고... 아니면 쥐죽은듯 조용히 아무 색깔도 없이 무채색으로 청소년기를 보내라고 하는 것 같다.
다른 아이들처럼 렉스도 풋볼 팀에 지원하고 싶으나 렉스의 엄마는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동생도 봐야하고, 풋볼 팀에 들어가려면 유니폼, 입회비 등등 들어갈 돈이 있는데 렉스네 집은 가난하다.
풋볼 팀에 들어가겠다고 한 날 렉스네 집은 온 난리통이 났다.
76쪽
아침에 나가 보니 가구가 뒤집혀 있었다. 의자 하나는 다리가 없어 졌다전등은 깨져 있었다.
엄마는 커피를 마시려고 나왔는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날 쏘아봤다. 다 내 잘못이고, 그런 내가 한심한 것처럼.
엄마가 날 싫어하니까 나도 엄마를 싫어하고 싶다. 소리 지르고 싶다. 엄마도 철 좀 들라고. 어른답게 행동하고 일자리 좀 얻어서 내 인생을 그만 그것달프게 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 모든 생각들과 내 마음 전부를 엄마에게 쏟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대신 엄마를 안으려고 다가갔다.
엄마는 날 밀쳐 냈다.
렉스는 꽤나 어른스럽다.
내 마음도 힘들고 아픈데, 오히려 탓을 하면 했지 다른 누구를 위로한다는 건 힘들었던 것 같다.
반면 렉스는 성숙한 아이다.
모든 것을 참고 엄마를 안으려고 했으니...
155쪽
한 아이가 수두에 걸리면 주위에 모든 아이가 얼리는 것과 같다.
머릿속에선 엄마와 샘 아저씨가 하는 말들이 울려 퍼진다. 둘이 서로에게 악을 쓰며 했던 말,
엄마가 잔인하게 쏟아부은 말, 그러면 샘 아저씨가 되갚는 끔찍한 말, 그러다 점점 더 나쁜 말들이오가고, 더 잔인한 말들이 콸활 쏟아지다가 주먹을 휘두르고 나서야 끝이난다. 샘 아버지는 나와 엄마를 이름 대신 저급한 말로 부른다. 거의 매일. 나를 계집애 같은 녀석. 왜소한 놈, 나약한 놈, 멕시코 녀석이라고 부르고, 엄마를 부르는 말은 입에 담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사람들이 특히 여자들이 나에게 무례하거나 못되게 굴면 그 사람들을 이가운데 하나로 부르고 싶어진다. 하지만 난 그렇지 않는다. 아니, 그렇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거다. 샘 아저씨처럼 되고 싶지 않으니까
렉스는 괴물같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서 안간힘을 쓴다.
다행히 렉스 곁에는 가난하게 살았지만 꿈을 이룬 외할머니가 있어서 힘든 순간 외할머리를 떠올리며 나쁜 생각을 떨쳐낼 수 있다.
아무리 나쁜 가정환경에서도 딱 한명만, 정말 믿고 의지할 단 한명의 어른만 있다면 아이는 다시 돌아온다고 들었다. 세찬 사춘기를 맞이했던 아이들도 그 한 명의 어른만 있으면 돌아온다는 말이 나는 안타깝게 들렸다. 저 수많은 비행청소년들과 소년범들은 그 의지할 단 한명의 어른이 없었던 거니까...
렉스의 이야기를 첫 장부터 읽는데, 렉스는 언제 행복해지지?라는 생각을 하며 조마조마해 하며 읽어내려갔다.
이쯤되면 엄마가 렉스를 안아주겠지? 이쯤되면 선생님으로부터 내가 오해해서 미안하다며 사과하겠지 할 만한데 반이 넘게 읽어도 렉스의 하루하루는 너무 힘들고, 고되다.
하지만 렉스도 결국에는 안정을 찾아간다. 드디어 해피엔딩이 보이기 시작해서 음청 기뻤다.
렉스는 늘 편견을 갖고 자신을 바라보는 선생님으로부터 미안하다는 사과를 들었고, 렉스의 친구 이단은 아버지가 회계사이고 부유한 환경에서 부족한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이단도 나름의 결핍이 있고, 고민이 다는 사실이 렉스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 또 가장 문제였던 렉스의 엄마가 일자리를 찾으면서부터는 가정이 안정을 찾아갔다.
불편한 점심시간 책은 우리 6학년 딸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결핍을 모르고 자라는 아이는 지금 자신이 입는 옷, 먹는 음식, 하물며 부모의 사랑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부족함이 없는 아이라서 저 친구가 가지고 있는 포카를 나도 가져야 하고, 조금의 불편함도 겪고 싶지 않아하는
우리집 딸내미가 이 책을 읽고 렉스 오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며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