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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게 촉촉하게 ㅣ 인생그림책 43
서선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5년 5월
평점 :
다정하게 촉촉하게
서선정 그림책
<다정하게 촉촉하게>는 세상 어디에나 있는 비구름의 이야기입니다.
땅으로 내려가면서부터 이들의 여행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가장 간절하게 이들을 기다리던 친구까지 만나게 되지요.
소곤거리며 내리는 빗소리, 세차게 퍼붓는 소나기, 깊은 밤에 알게 모르게 다녀간 빗방울들.
그 어떤 비라도 좋으니 비 오는 날에 이 책을 읽으며 비의 여정에 동행해 보길 바랍니다.
책 표지부터 그림이 너무 예뻤어요.
알록달록한 화려함 속에서 차분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다정하게 촉촉하게>로 2025년 '볼로냐 일러스트레이터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고 하네요.
먹구름 속 비들이 땅으로 내려와요.
오랜만이라며 인사를 나눠요.
나뭇잎 뒤에 숨지 말고 다정하게 인사 나누자고 풀 속에 숨어있는 사마귀, 사슴벌레, 달팽이, 무당벌레 들에게 속삭여요.
더 내려온 비들은 조약돌에게도 인사해요.
폴폴 묵은 먼지 씻어 줄게. 씻고 나니 둥근 얼굴이 참 예쁘기도 하겠어요.
달팽이들에게 돌돌돌 집 청소해 볼까? 말을 걸어요.
달팽이들의 집은 우리가 사는 아파트와 다르게 각기 개성 넘치고 다르게 생겼어요.
후드득후드득, 톡톡 내리는 비는 나무들에게 곧 여름이 올 거라고 알려줘요.
초록잎이 짙어져 얼마나 싱그러울까요.
지나가는 기차에 우리집 기차홀릭 투투는 몇호선일까? 어느 역으로 갈까? 재잘재잘 됩니다.
역시 엄마와 보는 시선이 다르네요. 그게 동화의 묘미이겠죠?
또 아이와 숨은 그림찾기를 하며 한참을 넘기지 못했어요.
어찌나 쏙쏙 예쁘고 다양한 동물들이 숨어있던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동물찾기를 했답니다.
주룩주룩, 통통통! 내리는 비는 친구 집을 찾고 있어요.
옛 추억이 떠오르는 지붕들과 기붕 위에 던져져 있는 축구공, 배드민턴 채가 보이네요.
오랜만에 추억 놀이로 엄마도 즐거웠답니다.
친구 집을 찾은 비들은 창문을 두드려요. 똑똑! 안녕?
그사이 많이 자랐네.
내가 지나갈 때만 우리는 만날 수 있어,
알록달록 예쁜 얼굴로 환하게 밝혀 줘서 고마워,
다양하고 여러 무늬의 우산들이 참으로 예뻐요.
저자는 디자이너를 했어도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투투는 "엄마, 비올 때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햇님이 있을 때도 우산써!"라고 해주어
끄덕끄덕 그렇지 그렇네 이야기 나누었답니다.
또 울고 싶을 땐 실컷 울라고 위로해주네요.
다정한 친구이기도 하고,
집집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듣고 싶어 천천히 내려가자는 비는
오지라퍼 같기도 하네요.
한장 한장 정말 너무 환상적인 그림에 퐁당 빠져서 읽었던 거 같아요.
이 책의 그림은 정말 너무 예뻐서 조금도 구겨지지 않게 잘 소장하고 싶은 책이었어요.
비가 와서 습하고 더웠다고 투덜 댄 게 미안해지네요.
톡톡, <다정하게 촉촉하게> 만나서 반가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