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 -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와 성 소수자 인권운동
김조광수.김도혜 지음 / 알마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처럼 열정적이고 재미있게, 행복하게 사는 남자의 이야기였다. 물론 이 책은 저자가 게이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펴내었겠지만 워낙 영화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단순히 그가 살아온 얘기, 그의 영화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꽤나 흥미로웠다. 저자는 열정적이고 감성적이고, 성격이 좀 급하기도 한 과거엔 영화제작자였지만 지금은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다. 성정체성을 제외하고라도 할 얘기가 많은 사람이 제목에 ‘게이라서 행복하다’라고 달아야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어떠한지에 대해 드러내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부터가 게이나 레즈비언은 아무래도 좀 우울할 때가 많지 않을까 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느꼈다. 그동안 게이나 레즈비언이 등장하는 영화가 분위기가 어두웠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김조광수 감독은 영화도 밝게 만들고 싶다고 하고 실제로 그의 학창시절과 현재 살아가는 모습은 충분히 행복하고 밝아 보인다. 그런 그의 생각엔 역시 동의하는 바다. 우울한 게이 영화 레즈비언 영화는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게 하기보다는 외면하게 한다. 떠올리기만 해도 우울한 일들에 대해 사람들은 쉽게 외면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라고 해서 한번도 고뇌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학창시절엔 호모는 나쁜 균을 옮기는 병이라는 말을 듣고 고치려고 애를 썼고 대학에 가서 여자친구도 사귀어봤다. 그에게 자신은 종교적 이유로 동성애자 역할을 할 수 없다, 동성애는 죄다, 라는 뉘앙스의 말을 건넨 영화배우 이야기(그는 살인자보다 게이가 나쁘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한 게이 대학생이 몰카로 촬영된 자신의 섹스장면이 인터넷에 공개되자 자살한 사건 등을 읽으며 화가 났다. 꽤 오래전이었던 것 같다. 레즈비언 커플이 등장하는 드라마였는데 그들은 그들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에게 협박을 당하고 돈도 뜯긴다. 당시엔 지금처럼 분노가 생기기보다는 내가 레즈비언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만큼 레즈비언이니 게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고 커밍아웃한 사람들을 보기 힘든 때였다. 그때와 시간도 많이 흘렀고 지금은 커밍아웃하는 연예인도 늘어나고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한국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은 크게 변하지 않은 상황이 아닌가 싶다. 커밍아웃한 학교교사, 정치인 등을 상상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지 않은가. 아무래도 자유로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게이였다면? 레즈비언이었다면? 솔직히 커밍아웃하는 건 엄두도 못 냈을 것 같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종교 등을 이유로 들어 나를 비난하는 것 자체가 너무 싫을 것 같다. 커밍아웃을 하는 사람들은 누가 뭐래도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인식에 많은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 즐거운 독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해피엔드>, <와니와 준하>, <분홍신> 등....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들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들이 매우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