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독이다

나는 감독이다
에비사와 야스히사 지음, 오경화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2년 7월

고등학교 때 운동하는 친구들 얘길 들으면 감독이란 냉혈한이고 변태이거나 성추행범이었다. 다 그런 건 아닐 텐데 몇 번 들은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스테레오타입으로 굳어져버린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에 나오는 감독이 참 인간적이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언론에서 접한 야구선수들의 이미지는 어땠는가 하면 여자연예인들을 울리는 단순무식한 바람둥이, 하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의 말대로 야구는 절대 머리가 나쁜 사람은 할 수 없는 스포츠다.

아무리 훌륭한 감독이어도 선수들이 재능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아닌가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감독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유능한 선수라도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거만한 태도를 유지하면 야구장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다. 반면 유능한 감독은 별볼일없는 선수에게서 재능을 발견해서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전략을 짜 최강의 팀으로 만든다. 시 소설은 야구 소설이지만 야구선수라기보다 야구감독 소설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야구라는 경기 자체보다 야구와 얽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야구는 하나의 인생이다, 라고 책을 다 읽고 나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혈기왕성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한창 나이의 선수들을, 그것도 만년 하위라는 성적에 만족하며 사는 선수들을 어떻게 길들여나가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실 야구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인지 야구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야구란 것이 온갖 전략을 갖고 임해야 하는 것이 경쟁사회와 전혀 다를 바 없어서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쨌거나 나는 야구의 룰을 잘 모르는 채 읽어나갔음에도 꽤나 재미가 있었다. 등장인물간의 갈등에만 관심을 기울여 읽어도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야구소설이라고 할까.

이제 한발짝 더 나아가서 야구 경기를 챙겨보고 야구의 룰을 배워보고 싶다. 그리고 나서 소설을 한 번 더 읽으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