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오소
아르네 달 지음, 변용란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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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소설은 거의 읽어보지 못한데다가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소설이라 책을 펼치기 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다.

말썽(?)을 일으킨 형사. 그는 퇴출되는가 싶더니 중요한 업무에 투입된다. 팀원이 된 사람들은 그와 같이 뛰어나고(?) 독특한 이력의 경찰들이다. 일종의 뛰어난 문제아들인 셈인데 이들이 함께 모여 어떻게 최대 현안을 해결해갈까. 궁금해진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빅픽처>처럼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는 건 아니지만 매력적인 인물들과 총으로 머리를 쏘고 총알을 수거해가는 치밀한 살인범이 대체 누구인가, 하는 궁금증을 계속 붙들고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범인을 추적해갈수록 피해자들은 인간이하의 상류층이고 아무래도 살인범은 그들에게 원한을 산 사람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절대 잡히지 않길 바라게 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런 말이 많이 회자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내심 돈만 믿고 법을 우습게 아는 사람들을 누군가가 ‘청소해’주길 바라는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미스테리오소’를 틀어놓고 들었는데 덕분에 더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은 연쇄살인을 소재로 했는데 생각보다 자극적이지 않았다. 미드에 익숙해진 내겐 그닥 긴박감있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시리즈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정직하게 서사를 진행시키는 느낌이다. 옐름이 아내에게 이혼통보를 받고 그렇다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며 저것도 문화적인 차이인가 싶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안 그래도 매력을 느끼던 여자동료와의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분위기가 다분히 드라마적이었다.

 

어쨌거나 스웨덴 소설이어서인지 사회분위기가 조금 다른 것 같고 복지천국으로 알고 있었던 스웨덴도 나름 내부적인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연 이상적인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 걸까.

어쨌거나 스웨덴작가를 한명 더 알게 되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소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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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타임 -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학생운동
클레어 솔로몬 지음, 인윤희 옮김 / 지와사랑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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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학생운동을 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시위하는 학생들. 신군부가 정권을 잡았을 때는 많은 학생들이 목숨을 걸고 학생운동을 했다. 분신자살을 하기도 했고 최루탄을 던지며 방패를 든 군인들에게 저항하며 싸운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좀 더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고 있다. 어렸을 때 학생운동하는 학생들이 등장한 드라마에서 그들은 마치 불효자인 것처럼 그려졌다. 그래서 학생운동이란 막연히 나쁜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학생운동을 소재로 삼은 드라마는 어린 나에게도 꽤나 낭만적으로 보였다. 아마도 그들의 신념이 어린 나에게도 전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고 그 와중에 싹트는 사랑은 더 애절하게 보였다. 개인적인 부르짖음만으로는 사회가 변하지 않을 때 젊은 학생들은 젊음만으로 들고 일어나 중요한 사회변화를 이끌어낸다.

학생운동의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천안문광장에서 학생들이 이룬 성과를, 광주학생운동이, 4.19혁명이 이룬 변화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심지어 3.1운동도 전국의 학생들이 들고 일어난 운동이었다.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투쟁들을 소개한 이 책은 나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었고 새삼 학생운동의 가치를 일깨워주었다. 게다가 과거의 오래된 투쟁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어서 마치 나도 그 투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느낌이 들고 응원하게 된다.

폭력을 동반한 시위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면 좋겠지만 앞으로도 학생운동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후반부에 옮긴이의 말에 나온 “권력은 요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내주지 않는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란 말이 사실이라면 평생 학생운동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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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하일지 지음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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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긴가 싶었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고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진행되면서 페이지는 술술 넘어가는데 이 염치도 없는 하원의 친구들은 대체 왜 이러나 싶고 돈많은 손님은 선진국의 잘 교육받은 사람이라 가난한 나라의 친구들을 불쌍해서 저렇게 봐주고 있는가 싶었다. 싱그러운 무용반 학생들은 완전히 감초다. 너무 사랑스럽고 옆에서 까르르 낙엽 구르는 소리를 내는 것 같다.

 

생생한 인물묘사로 내가 마치 허도가 되어 그 자리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소설에 등장하는 하원 식구들은 어쩜 그리 염치없고 무식한지... 허순이 마치 내 엄마인양 창피하고, 뻔뻔하고 무식한 남자 석태가 참 싫다. 허순이 정말로 손님하고 눈이 맞아 버렸으면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인품이 좋은 손님이 허순 같은 여자가 눈에 차겠는가. 허순의 두 아들은 또 어째 그모양인 건지. 외국인의 눈에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염치없고 몰상식하게 보일는지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래도 아리따운 우리 무용반 학생들 덕분에 그나마 다행이다 하며 계속 페이지를 넘겼다. 그런데 후반부에서 손님이 실은 한국인이고 입양되어 외국에서 자랐다는 부분이 나오자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더’ 창피하다. 그래도 다른 인종보다는 같은 우리 한국사람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것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그래도 입양가서 살았으니 외국인이나 다름없지 싶어서 또 창피한 것이다.

 

그런데....완전히 마지막에 두 소녀의 대화부분에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았다. 손님과 허순이 무슨 관계가 있다 싶으면서도 그렇게 연결시키진 못했던 것 같다. 아니, 그가 입양아였다는 사실에 혹시...? 하면서도 부정하고 싶었던 것 같다. (스포일러라서 말할 수 없음)

 

수영하려고 물 속에 들어간 손님의 옷 주머니에 담긴 돈을 탐내는 어린아이..... 그건 가난한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다. 창피하고 몰염치한 허순과 석태, 허순의 아이들 모두 가난한 한국인들의 모습이라 완전히 미워할 순 없다.

 

그나저나..... 손님은 어땠을까? 하원에 내려와 기뻤을까 아니면 슬펐을까. 둘 다였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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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궤열차
윤후명 지음 / 책만드는집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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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후명선생님의 소설은 단편소설만 여러 편 읽어봐서 장편소설이라기에 반가웠다.

이 책은 1990년대를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인데 고독에 대한 소설이라서인지 시간차가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류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어딘가 우유부단한 나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긴다. 화자의 캐릭터는 그닥 매력적이진 않지만 조금 무기력한 듯 보이는 이 시인의 캐릭터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90년대를 떠올려봤다. 내가 십대였을 때의 일들이 조금씩 머릿속을 스쳐간다. 도시에 살았는데도 그때는 비닐하우스도 있었고 휑하게 펼쳐진 공터도 많았다. 모두들 기차를 타고 꿈의 장소로 떠나고 싶지 않았을까. 현실에서 벗어날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 일상의 권태를 잊을 수 있는 곳이라면. 하지만 기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더 스산하고 황량한 풍경만이 있을 뿐. 어딘가 허무하고 스산한 분위기가 작품 전면에 흐르고 있다. 이 소설의 매력은 문체에 있지 않나싶다. 유려하게 흐르는 문체가 고독한 작품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돌도 도는 협궤열차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자는 왜 정신병원에 다녀왔을까. 이 남자가 그 이유가 궁금하기나 한 걸까...이런 생각들을 하며 책을 읽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만난다는 것은 설렌다기보다 쓸쓸하다. 절대로 지나간 사랑은 복원될수 없다. 눈앞에 있어도 만져지지 않는 허상을 마주한다는 것은 인간존재의 고독을 재확인해줄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떠올린 건 나뿐일까. 스산한 늦가을에 잘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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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다 죽겠어요
이애경 지음 / 터치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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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성비는 나날이 불균형해지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고보니 교회에 가면 자매들만 득시글하지 형제들은 드문드문 앉아 있다. 한국만의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신실한 자매들이 결혼으로 인한 고민이 꽤 클 것이다. 교회 안에 남자가 없다고 해서 교회 밖에서 신랑감을 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주 교회를 옮겨다닐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이 책의 저자는 39의 싱글 크리스찬으로서 자신이 겪은 결혼과 연애에 대한 고민들을 솔직히 털어놓고 있다. 저자도 교회에서 친하게 지내는 형제를 보면서 그가 하나님이 정해주신 자신의 짝이라고 생각하고는 기도를 하는데 그가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올 뿐이다. 티브이에서는 일년에 몇십명의 이성을 만났다는 신세대들이 나오는가 하면 이 책에선 신앙과 결혼을 조화롭게 하기 위해 고민하는 크리스천 청년들이 나온다. 워낙 남녀 모두 자유로운 이성관을 가진 시대이다 보니 크리스천 자매들의 고민이 더 클 듯도 하다.

 

물론 짝은 하나님이 정해주시는 것이겠지만 그냥 가만히 앉아서 기도만 한다고 배우자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저자는 하고 싶은 것 같다. 기도도 좋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짝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 말은 비단 크리스천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지금은 조선시대보다 만남은 흔하고 쉬워졌지만 어쩌면 그 시대보다 더 짝을 찾는 것이 어려운 시대일지 모른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에 나오는 크리스천들의 연애문화에 그닥 공감이 가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 책은 나름 한국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사랑, 연애의 고민들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것 같다. 저자의 유머도 곳곳에 보이고 나름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크리스천이건 아니건 간에 사랑하고 사랑받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크리스천 연애지침서를 나로서는 처음 봐서 그런지 서점의 수많은 연애지침서 중에서 나름 새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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